지금부터 불편한 정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유라

by 동국교지

아, 여기서 정치 얘기는 좀...

2025년,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친 이후 대학가에선 정치에 관한 담론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계엄 직후 각 대학의 학생 단체들은 앞다퉈 성명문을 냈고, 학교의 게시판과 벽에는 대자보가 빼곡하게 붙었다. 혼란한 정국을 바로잡기 위한 여러 집회와 시국 선언도 진행되었다. 그러나 일부 대학과 총학생회는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적으로 저항의 목소리를 낸 단체들을 탄압하고 있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생활자치도서관, 학생소수자인권회, 여학생위원회, 학내 언론 등이 중앙동아리 재인준이 부결되거나, 학생회비 삭감 및 미지급을 통보받는 등 학생 사회에서 내몰리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생활자치도서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에서 '내란 수괴'라는 표현을 쓴 것을 이유로 재인준을 부결했다. 생활자치도서관이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잦은 성명을 냈다는 점 등이 총학이 내세운 재인준 부결 논리였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은 인원 부족이라는 표면적 이유로 중앙동아리 재등록이 부결되었다. 고려대에선 총여학생회의 후신인 여학생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 또한 사업 계획의 미비를 이유로 재인준이 부결되었다.1) 해당 단체들에 탄압이 가해진 이유는 모두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학생 사회는 이 단체들이 ‘정치적 색채를 띄었다’는 이유로 그들의 입을 막고, 그들의 학내 활동과 대외적인 활동까지 제한시키고 있다.

한국의 대학가에선 여전히 ‘정치’를 꺼리는 기조가 깔려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정치는 민감한 대화 주제가 되었고,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불편한 사람이 되었다. 앞선 탄압 사태들로 인해 학생 사회에 존재하던 정치적 무관심과 혐오는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대학교’라는 공간은 정치적 변화와 혁명을 주도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생들은 탈정치화를 주도하고, 타인과 자신을 입막음하게 되었다. 그들은 왜 이토록 ‘정치’를 불편해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이 학교에서, 더 나아가 이 ‘대한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적극적으로 정치를 말해야만 하는가.


학생을 탄압하는 학생과 학교

학생 자치는 그 자체로 정치다. 총학생회 및 대의원회, 동아리연합회 등의 학생 기구들은 학생 정치의 중심에 서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정치적 편향’을 이유로 다른 학생들의 활동을 탄압하고 있다. 총학생회와 여러 기구들은 학생들을 검열하고 탄압하기 위해 선출된 임원들이 아니다. 학생들을 위해 복지하기 위해 선출된 직책과 사람들이다. 그러나 최근 그들은 학생들 위에 군림하고 그들을 통제하려 들고 있다.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 관계자는 “학생회가 특정 의제에 무응답하고 응답하는 것을 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적이란 사실을 스스로 깨달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결국 모호한 사유와 회칙을 이용한 징계는 본인들의 뜻과 맞지 않는 기구들에게 대한 억압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는 그들이 행하는 또 다른 정치이고, 부당위한 검열이다. 고려대 총학 전학대회에서는 부정부패를 척결하며 학생 사회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목적으로 특별기구 감사위원회 설치가 결정됐다.2) 그러나 해당 감사위가 또 특별기구 사무실에 대한 출입·봉인이 가능하고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본 기구의 설치는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압제하겠다는 뜻을 보여준다. 이처럼 현재 일부 대학의 총학생회는 거의 계엄사령부를 자처하고 있다.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여러 사회적 의제에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이유는 정당한 학생 기구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 학생들에게는, 그리고 이 나라에선 누구도 타인의 의견과 행보를 검열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 또한 학생들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행보를 탄압하고 있다. 동덕여자대학교 교지 ‘목화’는 학교 측에서 출판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고, 심지어는 편집장에게 개인적인 연락까지 하여 그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선 이화퀴어영화제 대관이 취소되는 등 대학가의 학생들과 소수자들은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공론장을 빼앗기고 있다. 또한 서울 내 대학에선 교지가 사라지고, 지역 차원에선 아예 학보사가 사라지며 학내 민주주의와 대학 언론의 위기까지 도래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언론과 공론장, 그리고 소수자 권익 보호를 위한 행사를 저지하는 일은 헌법으로 보장된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 학생들에게는 학교에 다니며 그들의 온전한 목소리와 활동을 전개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국민으로서 부당위한 정치·사회적 사안에 의견을 개진할 자유가 있다. 학교 측과 학생들이 이를 탄압하는 것은 다른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몰상식한 행보다.

‘대학교’는 온전한 자기 결정권을 가지게 된 성인들이 모여 여러 학문과 강의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고, 직장보다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으며, 뜻이 맞는 학우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당신은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이 담긴 글과 말을 개진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교는 당신이 끊임없이 배우며 당신의 목소리를 생애 주기 내에서 가장 호전적으로 외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의 청년들은 대학을 그저 취업사관학교로 쓰고 있다. 이름 있는 대학에서 좋은 학점을 받아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청년들의 삶의 목표가 되었고, 대학교는 그저 취업을 위한 수단이자 기관으로 전락하였다. 따라서 이곳에서 적극적으로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는 일은 ‘불편’해졌고 ‘유난’이 되었다. 결국 학생들은 정치에 무관심해진 걸 넘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정치라는 주제를 혐오하게 된 것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렇다면 왜 이렇게 청년들이 정치를 혐오하게 된 걸까.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IMF) 사태는 과거 청년들의 정치적 태도를 바꿔놓은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되며 당시 청년들은 부모의 실직을 가장 가까이서 체감하였다. 그들은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정이 가정과 개인의 삶을 얼마나 붕괴시킬 수 있는지 몸소 겪었고, 정치보다는 생존이 더 먼저라는 가치관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도입하면서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기업 내 비정규직의 비율이 늘고, 공공복지가 축소되었기 때문에 취업 시장은 더욱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신자유주의적 담론 확산으로 인해 국내에선 이러한 취업의 어려움과 실직 사태의 책임을 개인의 무능력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당연시됐다. 국가가 국가의 위기를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갔으며 국가를 위해 싸웠던 이들을 무능력한 이들로 전락시켜버린 것이다. 결국 당장 눈앞의 생존이 급급해진 상황에서 청년들은 정치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기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 정치를 불신하게 되었다. 국가를 위해 싸웠지만 정작 국가가 그들과 그들의 부모를 사회·경제적 위기에서 보호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년세대의 정치에 대한 반감은 기성 정치인들의 부패에서도 비롯되었다. 현재의 기성 정치인들은 이른 바 386세대에 해당하던 이들이다. 민주적 이상을 좇기 위해 80년대 당시 학생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던 그들은 권력의 주체가 된 뒤 변전하였다. 그들은 실질적인 공약 이행이 아니라 정치적 진영논리와 당파 싸움에 의존해 표를 얻고, 혐오를 이용한 포퓰리즘 정치를 펼치고 있다. 청년 세대는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 있던 이들도 결국 권력을 잡은 뒤 그들이 저항했던 대상처럼 타락하는 양상을 목격하였고, 정치를 냉소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본인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헐뜯고 싸우는 정치인들을 혐오하게 되었다.

청년 세대가 정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광주과학기술원, 광주교육대학교, 광주대학교,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 무등일보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광주 지역에 거주하는 만18~29세 512명(신뢰수준 95%·오차범위 ±4.31%p)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정치인들이 청년들이 원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61.9%가 '아니다', 20.1%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3) 이는 20대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맞닿아있다. 그동안 20대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부족했으며, 오히려 선거 때만 되면 20대를 도구로 이용하고 버리는 행태에 대한 배신감에서 학습된 심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로 다시 돌아가서, 학생들은 왜 스스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다른 학생들을 탄압하게 되었나.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으나 그 이유 중 하나로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해버렸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 수 있다. 현재의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는 의의를 잃고 취업을 위한 중간다리 역할로 전락하였다.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청년 세대가 취업하기 힘든 시기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대학교에서 학문을 배우고 본인의 의견을 펼치기보단 학점을 잘 따고 스펙을 쌓기에 급급하다. 더불어 그들은 학업과 함께 여러 학생회, 대외 활동, 인턴 활동 등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갈려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취업 시장에서 방황하고 있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현실에서 학생들은 정의와 연대, 민주주의라는 이상을 좇기보다는 현실적인 학업과 취업에 목숨 걸게 되었다. 그렇게 학생들은 점점 정치적 사안에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사회와 학내 민주주의는 점차 붕괴하고 있다.



중립과 침묵, 기득권에 동조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앞선 상황들에 의해 학생들은 점차 정치적 ‘중립’이라는 견해를 고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이 일상이 된 현 상황에서 중립이란 허상과도 같다. 여전히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여러 차별과 혐오에 고통받고 있는 세태에서, 중립은 곧 혐오에 대한 묵인이자 기존 권력과 다수 입장에 대한 동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총학생회가 중립이란 명목으로 행하고 있는 인권 자치 기구들에 대한 억압 또한 곧 사회적 약자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탄압하고 있는 기구들이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이라는 점에서 총학생회의 행보는 충분히 정치적 행보를 띈다. 그들은 중립이란 이름으로 기득권에 동조하고, 표면적으로 정치적 무관심을 내세우며 혐오를 자행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지키고 있는 건 중립이 아니다. 사회 속의 약자 혐오와 그들만의 기득권을 더욱 굳건히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정치 담론이 활발한 사회 변화의 시기에 대학가에서 여성·소수자를 대변하는 자치 기구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투 운동으로 페미니즘 의제가 부상했던 2018년 각 대학교의 총여학생회는 학생 사회에서 오히려 사라지는 '백래시'(backlash, 진보적 변화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를 겪었다.4) 이는 결국 수많은 대학교의 총여학생회 폐지로 이어졌다. 그러나 2024년, 대학가에 ‘텔레그렘 불법 합성물(딥페이크) 범죄’ 문제가 대두되면서 여전히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점, 이들을 위한 자치 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여성, 장애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세태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정치를 해야만 한다. 이러한 세태에서 만약 당신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한다면, 이는 곧 불의한 구조에 동조하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취업과 경제적 어려움 앞에서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정치를 방관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겠다. 정치는 현재의 청년 세대에게 다소 불필요하고 껄끄러운 논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절대 피하고 싶은 논제가 돼선 안된다. 사회 속 혐오와 차별이 더욱 심화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불안정한 실정에서 대학생 청년 세대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는 기득권의 이익을 옹호하는 ‘지식 기사’로서가 아니라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소로는 당장의 생계에 급급한 경제적 노예가 아니라, 독립된 개인으로서 그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민주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사회의 학생들도 한 명의 민주 시민으로서, ‘정치’라는 엄연한 본인의 권리이자 의무를 져버려선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정치해야 하는 이유

물론 당신에게도 정치가 불편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정치해야만 한다. 정치는 당신의 일상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당신은 정치를 통해 일상과 사회를 바꿀 힘과 의무를 지닌 시민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대학 등록금, 교통비, 군 복무 제도, 청년 주거 지원, 최저 임금 등 청년들의 삶과 생활에 직결되어 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확립 없이는 당신의 일상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계엄 이후로 느꼈어야만 한다. 2025년의 대한민국에선 여전히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우리는 언제든 다시 12월 3일의 그날처럼 일상이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마주할지 모른다. 결국 민주주의의 확립 없이 당신이 학점을 잘 따는 것, 취업을 잘하는 것, 돈을 잘 벌게 되는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국 민주주의 없이는 당신의 안전한 일상도 없다.

부패한 기성 정치인들과 정당 싸움에 지쳐 정치가 혐오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세태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마주 봐야 한다. 정치·사회적 부조리에 분노하고 역동해야 한다. 정치적 악순환의 굴레를 냉소하고 그 안에서 무기력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저항하고 기성 정치인들을 견제해야 한다. 대학가의 학생들에게는 이에 대항할 힘이 있다. 이미 수많은 역사를 통해 대학생들에겐 나라를 뒤흔들 힘이 있음이 입증되지 않았는가. 7080 군부독재 시대를 떠나서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 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시위 모두 그 이전에 이화여대, 동덕여대 시위가 진행되었고 그 불씨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학생 사회에서 스스로 저항할 힘을 기르는 일은 대학생들에게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며, 사회에도 꼭 필요한 움직임이다.

플라톤은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난 3년간 대통령이 되기 위해 손에 ‘왕(王)’자를 그리고, 체포를 거부하며 속옷 바람으로 버티는 인간의 지배를 받았다. 이런 자가 대통령이었던 나라에 사는 게 억울한가? 청년들을 위한 지원과 정책이 부족한 게 불만스러운가? 당신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정치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이렇게 각박한 취업 현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게 힘에 부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정치’해야 한다. 정치는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강력한 ‘도구’다. 이 도구를 외면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고 마주하고 이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당신은 민주 시민이자 학생으로서 열심히 본인의 목소리를 내고, 소수자와 본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이야기

동국대학교에는 학생소수자인권회도, 생활자치도서관도, 여학생위원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소수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자치 기구들이 부재하며, 남산에 터 잡아 수많은 언덕으로 이루어진 이 학교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상당히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당신은 이런 목소리를 마주하는 게 ‘불편’한가? 일상적 정치와 약자들을 외면하고서, 그저 취업만을 위한 발판으로 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필자는 당신에게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 과연 이 사회 구조 속에서 당신이 완전히 무결하고 독립된 주체라고 생각하는지. 2024년 12월 3일, 우리는 비상계엄 때문에 일상이 무너질 뻔한 경험을 겪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등교했다. 계엄 이후로 무너진 경제와 정세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대한민국을 황폐화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란수괴를 몰아내고 나라를 지킨 이들은 광장으로, 글로, 말로 부조리와 부당함에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다. 당신은 이 122일 간의 투쟁에 어떤 기여를 하였는가? 막말로 그저 투쟁의 결과에 편승하면서, 정작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이들을 탄압하진 않았는가? 일부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정치를 일상에서 떼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취업, 내 집 마련, 여가 및 문화생활 향유 등에도 정치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당신의 일상 자체가 정치다. 그러니 당신의 일상과 학교에서 정치를 배제하겠다는 의견은 상당히 무지하고 이기적인 궤변에 불과하다.

당장의 각박한 취업 현실 앞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유별나 보이는가. 역설적이게도 당신의 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이들은 목소리를 내는 개인이 아닌, 당신이 그토록 취업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고 당신이 살아가는 이 사회 구조이다. 이러한 불평등의 굴레를, 정치적 갈등과 투쟁을 외면하고 싶겠지만-결국 이 투쟁 없인 당신의 일상도 없다. 일부 대학생들이 당장의 각박한 취업 경쟁에 지쳐 엉뚱한 개인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을 둘러싼 부조리한 구조와 끊임없는 정치를 자각하라. 그리고 정치하라.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당신이 원하는 직장을 얻은 구성원 1이 되기 전에, 학생사회에서 자신을 검열하며 불편함 없이 어울릴 수 있는 학생 1이 되기 전에, 먼저 대학의 민주화를 이끄는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민주주의 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게 당신의 일상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정치 참여는 거창한 곳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장애인, 여성, 성 소수자, 기후정의, 노동인권 등 사회 속에 존재하는 여러 의제를 마주하고, 이 모든 문제는 당신에게도 해당하는 사안임을 깨달아라. 그리고 이 모든 의제의 교차 속에서 결국 정치가 당신의 일상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본인 또한 책임소재가 있는 정치의 주체임을 자각할 때 당신은 원치 않아도 정치적 각성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부디 깨닫길 바란다. 이 불편한 이야기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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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윤하, ⌜대학 내 여성·소수자 기구가 흔들린다…"계엄 사령부 된 총학"⌟, 『뉴스1』, 2025.05.09., https://www.news1.kr/society/incident-accident/5777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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