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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not) My Soul

서현

by 동국교지 Mar 05. 2025

DAY 1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은 당신은 처음으로 동국대학교에 등교하던 날을 기억하는가? 동대입구역 혹은 충무로역에 내리면 도시의 풍경이 시야에 가득 찬다. 높은빌딩과 8차선을 오가는 수많은 차, 남산타워와 소위 ‘핫플’이 가득한 을지로.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중심지 ‘서울’의 풍경이다. 하지만 당신의 삶은 생각보다 다를지도 모른다. 동국대학교 근처의 자취촌은 원룸의 질에 비해 터무니없는 보증금을 제시하며 “서울 중심에 있어서 비싸요.”라는 말을 내뱉을 것이고, 물가는 점점 올라 외식을 두어 번 하면 돈이 모자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울지도 모른다. 새로운 친구들과 보내는 밤은 술과 웃음이 가득하지만,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동네 친구들은 서울과 비(非)서울로 뿔뿔이 흩어졌고, 가끔 부를 만한 친구가 없는 연락처를 뒤적거리며 향수를 느낄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나의 고향과 부모님을 떠나 서울로 왔는가? 어떤 풍경을 누리기 위해 서울에 왔는가?

  학창 시절, 학생들 대부분의 목표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좋은 대학은 대부분 서울권 내의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권 내에서도 여전히 대학 순위는 갈리지만, 서울과 비서울의 차이는 학생들에게 크게 느껴진다. “2호선을 타야 인생이 바뀐다.”와 같은 흔한 수험생 자극 인용구 안에는 서울권 대학에 가야 ‘인생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말을 듣고 자란 세대는 서울에 속하는 것을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위한 티켓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티켓은 대한민국이 강요하는 정상성의 삶인 ‘좋은 대학 -> 좋은 직장 -> 많은 돈’을 실현해 줄 것이라는 환상을 부여한다. 이는 사회 차원에서 다양한 삶의 방향성을 경시하고 오로지 한 가지 방법을 성공한 인생이라는 이름 아래 주입하고 있는 것과 같다. 서울권 대학에 대한 욕망은 그것이 가장 빠르고 쉽게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라는 것이라는 것과 동시에, ‘서울에 속하면 뭐라도 될 것 같다.’라는 위험한 환상이 만들어낸 결과다.


서울에 살아야(만) 하는 이유

  하지만 이러한 환상 안에서, 우리는 서울에 살기를 강요당한다. 서울의 대학생, 그 타이틀이 있어야만 직업과 삶의 터전을 일구어나갈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권유가 아닌 강요라 말하는 이유는 이러한 타이틀을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기 위한 자기증명의 수단인 대외활동이나 인턴은 비수도권 대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다. 서울권 학생들에게 대외활동의 접근성이 높은 이유는 흔히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곳이나 인지도 있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대외활동은 주로 서울에 거점을 두고 지원자를 모집하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18일 기준 모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 게시된562개의 대외활동 공고 중 310개의 '지역 제한없음'과 22개의 '해외'를 제외하면 서울이 125개로 가장 많았고, 부산이 21개로 그 뒤를 이었다. 기타 대외활동 공고는 보통 지역별 1~10개 수준으로 등록돼 있었다.¹ 대외활동의 퀄리티는 둘째치더라도, 기회 자체가 확연히 차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돌파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대외활동에 도전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지원 자격이 ‘서울권 대학 재학생’으로 표기되어 있어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하고, 합격한 뒤에도 만만찮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일부 학생은 휴학계를 내고 나서야 원활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는데, 이는 수업과 대외활동을 쉽게 병행하는 서울권 대학생들과는 확연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더욱 처참하다. 대학 비진학자들은 경력직 중심으로 개편되는 중인 국내 취업 시장 안에서 대졸자보다 낮은 고용률과 실업률을 경험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년 첫 직장 입직까지의 평균 소요 기간이 대학 비진학자는 대졸 이상에 비해 2배 이상이다. 한 임금은 4년제 대졸자의 72~74% 수준이고, 전일제 비중보다 시간제 비중이 높은 것과 같이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가진다. 이러한 조건들로 대학 비진학자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53.2%로 낮아진 서울 지역 특성화고 취업률로 드러나기도 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서울이 이들에 대한 차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23년 12월, 방학 기간 서울 자치단체에서 모집하는 행정아르바이트의 조건은 ‘대학 재학생’이었다. 돈을 버는 것과 동시에 취업을 위한 행정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져 높은 지원율을 자랑하지만 비진학자들은 그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이 같은 점이 문제가 되자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가 “시의 행정 경험과 경제적 지원은 대학생들이 아닌 청년들에게도 필요하다.”며 시정 권고를 내렸다. 권고가 2023년에서야 내려졌다는 점에서, 서울이 그동안 대학 비진학자를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신세로 내몰았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인생 성공의 티켓이라고 여겨지던 서울권 대학 졸업장을 따낸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만약 이러한 타이틀조차 소지하지 않고 있다면 어떨까. 서울권 대학교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청년들에게, 서울은 훨씬 더 가혹한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이러한 삶의 위협을 목도한 또 다른 세대는 자신의 선택지를 오직 하나로 만든다.


개천에서 용 (안) 난다

집에서 지원을 못 받으니까 방학 때는 보통 하루 4시간 자면서 알바했고요. 학기 중에는 공강 꽉 채워 과제 하고, 학교 끝나고 무조건 알바를 갔어요. 편의점, 중국집 설거지, 일용직. 이렇게 공부하면서 어떻게 성적을 유지하고 삶을 계획했겠어요? 저희 과 인원이 한 40명 됐는데, 완전히 자기가 다 벌어서 생활하는 사람은 저 포함 3명 정도였어요. 우리는 보통 애들보다 10배 이상 노력해야 했어요.²

  서울이라는 환상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비서울권 청년들을 서울로 유입시키는 것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서울에 당도했을 때, 상경 청년들은 십 년 이후,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살아갈수록 상경청년들은 자신의 목표가 서울 안에서 이루어질 환상이 아닌 허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첫 번째 단계가 ‘학벌’이다.

  ‘서울권 대학생’의 타이틀은 일명 ‘개천용’으로 일컬어지는 계급 상승의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니다. 대학 안에서, 학생들은 공평하지 않다.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하면, 교육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가정 출신이지만 능력 있고 근면성실한 아이들에게는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이 누려온 특혜를 유지하도록 학교에서 최소한 자신의 능력만을 증명해 보일 것을 요구한다. 이 말은 얼핏 보아서는 누구나 성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만 읽힌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노력의 ‘정도’를 주목해야 한다. 비서울권 태생 대학생이 홀로 서울에 상경하여 알바로 생활비를 버는 동시에 학업에도 열중하며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고 할 때, 높은 계층의 대학생은 부모님의 경제적 지지 기반 아래 학업에‘만’ 열중하면 부모님의 계급을 세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학벌의 학업 성취와 보상 구조는 개인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계급 재생산의 수단으로서 서울 내부에 자리한다.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한 문제가 된다.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의 수가 증가할수록 학자금 대출을 받는 인원도 증가한다. 사회학자 데릭 프라이스가 사회재생산이론을 활용한 바에 따르면 현 세대에는 등록금 등 교육비를 지불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격이 생겨났으며 이로 인해 교육적인 측면에서 성취의 격차가 생겨났다고 한다. 또한 소외 계층 학생들의 경우, 학자금 대출과 가계의 빚이 더해지며 그들의 사회적 계층과 경제적 계층은 세대를 넘어 세습된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이러한 논리는 서울 내의 상경 청년, 그 중에서도 저소득층에 속하는 청년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전체 소득 10분위 중 3분위 이하 저소득층의 학자금 대출 규모는 2조 8802원이었으며, 5년간 전체 소득 6조 4325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44.8%가 3분위 이하 저소득층의 대출이었다. 그리고 2022년 기준 재단에 총 10조원의 부채를 나눠 가진 채무자는 약 170만 명이다. 통계에서는 학자금대출이 가장 많은 계층은 ‘학자금 지원구간’ 1구간(가구 월소득 약 153만원 이하, 2022년 기준)이라고 밝혔으며, 이 구간에서만 23만1098명이 1조4672억원의부채를 안고 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의 부채 잔액은 4198억원(7만4231명)이다. 점점 늘어나는 학자금대출은 학생들을 대학 졸업장이라는 목표하나만을 위해 달려가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다른 길은 생각할 수 없도록 족쇄가채워진다.

  상경 청년들은 서울로 오는 과정에서부터 서울에서 살아가는 학생들보다 더 많은 초기비용을 부담한다. 기숙사 혹은 자취방을 구해야했고, 집을 채우는 가구, 가전제품, 매 달 발생하는 관리비와 같이 안정적인 주거를 위한 비용은 끊임없이 발생했다. 이러한 과정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고시원이나 노후 건물과 같이 불안정한 주거 상태에 머무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끝없이 오르는 물가 속에서 매 끼 자신의 식사를 감당해야 하며,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며 영향 불균형에 빠지는 학생들도 허다하다. 이렇게 불리한 경제적 출발점과 더불어 적지않은 학자금대출을 떠안은 상황에서 졸업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졸업이 아닌 다른 방향을 택한다면 남는 것은 오로지 빚뿐이다. 그들은 대학 졸업을 해야만 하고, 그 사이에 다른 방향을 바라볼 기회조차 없다. 그리고 졸업장을 따냈을 때에도 그들은 0이 아닌 -n의 상태로 다음 단계를 시작해야 한다.

  불평등한 대학을 겨우 지나와서도, ‘취업준비생’이 된 청년의 미래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출을 받아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대학 졸업자들을 위한 노동 시장은 침체되어 있다. 더불어 현 세대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더 까다로운 학력 조건을 내걸게 되었다. 학력 인플레이션은 대학이라는 학업적 성취와 크게 연관이 없는 직업에도 영향을 준다. 가령, 이러한 대학 학위가 업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A라는 직업에 두 사람이 지원했을 때를 상상해보자. 동일한 능력치(혹은 더 좋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서울 내 대학교 학사 학위 소지자가 먼저 선택되는 일이 빈번해진다면 서울 내 대학교의 졸업장은 점차 A직업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학력 인플레이션은 대한민국 내의 학벌주의와 떼어놓을 수 없으며, 서울중심주의로 강화되어왔다. 인서울의 학벌이 ‘취업 프리패스권’이라는 생각은 진작에 소멸되고, 반드시 갖춰야 할 ‘첫번째 지원 요건’정도가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와 그림자처럼 뒤쫓는 학자금대출에 조급해진 청년들은 기존의 목적이었던 꿈과 자아 실현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살아남기 위해 일단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1순위 목적으로 삼는다. 논문 「청년층의 학자금대출에 따른 노동시장 간 이행률 분석」(이용호, 2021)을 보면, 학자금대출 보유자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을 졸업(2014년, 2015년)하고 5년동안 한 번이라도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 789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학자금대출 보유자 10명 중 약 2명(18.92%) 이하가 1차 노동시장(고용 안정성, 높은 임금, 좋은 근무환경 등)에서 첫 일자리를 잡았고, 8명가량(81.08%)은 첫 직장을 2차 노동시장(고용 불안정성,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찾았다. 이러한 노동자로 변모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청년들은 비로소 서울이라는 꿈이 환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만다. 그리고 계급의 한계에 부딪혀가며 자신을 소모한다.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그렇다면, 서울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을 내치고 나면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서울에 집을 두고 있음과 동시에 서울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서울 내 기득권의 형성을 알기 위해서는 서울의 형성부터 되짚어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도시 개발 단계는 주인공부터가 서울로 정해져 있었으며, 지방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박정희 정권은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목적으로 하며 경제 성장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적자는 저곡가 정책 등으로 해소되었으며 이는 농촌 붕괴의 원인이 되었다. 서울은 수도이자 가장 근대화된 도시로서 기존의 농촌 붕괴의 문제에서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방 농촌을 떠난 농민들은 타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들은 서울로 올라와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고, 청계천 등 대도시의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국가는 이들을 보살피지는 못할망정 청계천 판자촌을 위생 문제를 내세워 철거하였다. 그들을 살피는 대신 ‘기존의 서울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서울’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였다. 경부고속도로의 도로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1970년대 강남개발은 잠실아파트 단지 건설과 강남 8학군의 생성으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서울의 부동산값이 치솟고 학벌주의가 만연한 현재 21세기 서울의 모습을 갖춰온 것이다. 이처럼 서울은 지방을 착취하며 자라난 결과물이며, 근대와 다를 것 없이 현대에서도 모든 개발은 서울에 치중되어 있다. “사람이 먼저 와야 인프라를 설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이 오지 않아 인프라를 설치할 수 없다.”는 궤변을 통해 지방 개발을 회피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서울이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환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그 환상의 수혜자는 언제나 기득권이다.

  서울 내 기득권층은 기존의 물질적 재화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유한계급’적 특징을 지닌 자들과, 자수성가형 엘리트 집단인 ‘야망계급’이라는 특징을 가진 자들이 공존한다. 특히 계급 상승을 이루어낸 야망계급의 경우 과시적 소비 대신 자신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관심을 돌렸고, 지식수준, 문화자본, 사회·환경적 의식 등을 드러내는 비과시적 소비에 중점을 두었다. 간접 과시의 형태로 하위 계급이 경험할 수 있는 자본의 폭과 야망계급이 향유하는 자본의 차이를 넓히고, 그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계급을 공고화하는 것이다. 야망계급의 이러한 문화는 유한계급의 물질적 재화 소비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심각하게 계급 격차를 확대한다.³ 야망계급의 최종적 소원은 자신의 계급을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타 계급과 자신의 계급의 차이를 넓히기 위해서는 자녀를 통한 계급 재생산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서울은 그 과정을 이뤄나가기 위한 최적의 위치이다. 교육, 문화, 경험 그리고 모든 것이 서울에 치중되어 있어 이들의 비과시적 소비에 힘을 실어줄 수 있으며, 부모의 비과시적 소비를 바탕으로 이들의 자녀는 지역적 수혜를 받으며 남들보다 앞선 출발점에서 계급재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

  현재 계급을 재생산하는 두 축은 부동산과 교육이다. 사람들에게 서울에 소유하고 있는 자가가 있는지,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서울권 대학에 진입하는지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경우도 부동산과 교육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득권 자녀는 과거 전두환 정권의 사교육 억제 정책의 시기에도 일부 부유층은 ‘대학생 몰래 과외’를 했으며 이것이 강남 학원 문화의 근원이 되었다. 대치동 학원가로 대표되는 강남 8학군 지역은 현재도 사교육의 중심이며, 기득권은 이곳에 접근하기 유리한 소득 혹은 지역적 특권을 가지고 있다. 이 특권은 단지 중·고등학생 시기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영어유치원은 강남, 양천, 송파, 용산 등 소득 수준이 높은 곳에 집중되어있다. 그리고 2016년 행정고시 합격자의 30%가 강남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지표는 기득권의 자녀들이 가진 교육의 폭 넓은 선택권은 유년시절부터 주어지며, 서울의 교육이 개인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한다.

  교육에 이어 서울의 부동산을 떠올릴 때, ‘강남 불패 신화’를 빼놓을 수 없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부분 강남을 중심으로 세워지는 것은 강남 부동산 소유자들이 정부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부에 대한민국의 권력층이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은 불패 신화의 역사를 이어가길 바란다.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종합부동산세가 이명박 정권과 강남지역 국회의원에 의해 무력화된 일처럼 말이다. 또한 IMF 이후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이후로 부동산 시장에는 재건축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이 때 부터 서울 부동산은 거주공간의 의미를 넘어서게 되었다. 재건축 확정 내지 예정 아파트 가격이 타 지역보다 1.5배 폭등했으며,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서울이 여러 규제 정책을 발의했지만 그 때는 이미 서울 부동산의 과열을 막기에는 늦었다. 2006년 8월 건설교통부가 작성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시행방안 연구’라는 문서에는 서울 내 13평 아파트의 소유자는 개인적으로 별다른 노력 없이 3년간 4억 6천만원의 재산이 증식되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있다. 이처럼 서울의 부동산은 지역적 이점을 지닌 거주공간을 넘어서 재산을 불릴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되었다.

  서울 중심으로 교육환경이 발전되어온 과정과 더불어 그들의 부모가 소유한(후에는 자녀들이 상속받게 될) 부동산이 결합되어 기득권 청년들은 양질의 선택지를 보장받고, 그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비교적 수월한 인생을 선물받게 된다. 야망계급의 목적대로 부모의 삶을 재생산하고, 사회 상위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서울의 현실과는 별개로 서울에 대한 환상을 생산해내고, 이를 사회적 기제로 받아들여지게 만든 이유는 서울의 지배력을 키우고 자신들의 불패 인생을 이어가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기득권이 서울 신화. 즉, 서울이라는 환상을 공고히 한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을 서울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와 반대로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타인이 진입하는 것을 철저히 막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상경 청년, 대학 비진학자와 같이 서울에 거주하는 비(非)기득권 청년은 서울의 일원이 되지 못하고, 기득권을 위해 소비당한다. 일명 ‘사’자 직업 이외에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육체노동은 기득권의 경시를 받으며 저소득층, 대학 비진학자 등의 서울 외곽의 청년들에게 할당되었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나지만 실질적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새로운 청년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또한 sns는 ‘핫플’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곳곳 소비문화를 조성하지만, 한 끼 식사나 한 번의 인생샷 같은 일회성 소비만을 허용한다. 그들이 오래 서울에 살 수 있을 기반이 되어줄 공간, 즉 부동산을 얻을 기회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주어질까말까이다. 서울에 발 붙이고 살기 위한 장기적인 소비에서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이러한 굴레 안에서 청년의 실패가 반복된다. 꿈꿔왔던 서울의 밑바닥에는 화려한 인생은커녕, 발 딛고 서있을 자리조차 만들기 어렵다.


Seoul, not your Soul

  각종 언론과 매체 속에서 비춰지는 서울 청년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중심에 서 있는 소비주체이다. 10만원이 훌쩍 넘는 오마카세와 호캉스를 즐기는 소비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성수에는 청년들을 위한 수많은 팝업이 세워지고 허물어지고 다시 세워지길 반복한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일 뿐이며, ‘서울 청년’이라는 단어 속에는 ‘mz’라는 단어로 통칭할 수 없는 수많은 삶의 형태가 존재한다. 하지만 서울은 이 모든 삶을 틀에 맞추어 깎아내고 채워낸다. 그렇지 못하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워버린다. 그리고 간신히 서울의 틀에 몸을 끼워맞춘 청년들에게는 성공이 아닌 실패와 좌절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기득권은 그들을 바라보지도 않고 자신의 부모와, 서울이라는 고향이 만들어준 화려한 삶을 누리다가, 또 다시 자녀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준비를 한다.

  2025년 3월, 또 다시 동국대학교의 신입생들이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입성했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국대학교에 국한된 것만이 아닌 전국에서, 다양한 청년들이 자신이 목표하는 삶을 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은 이들의 꿈을 이뤄주지는 못할 커녕, 무엇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가.




1) 함의찬, “[청년시선] ‘지방-er’를 위한 대외활동 방안 절실” Sideview, 2024.01.13., https://www.sid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963.

2) 손고운, “학자금 빚에 저당잡힌 청춘” 한겨레21, 2022. 12. 09.,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52936.html

3) 김기중, “명품 백보다 교육 환경... 새로운 엘리트의 출현” 서울신문, 2024.03.15., https://www.seoul.co.kr/news/life/publication-literature/2024/03/15/20240315021003


참고문헌

한종수 외, 『강남의 탄생(대한민국의 심장 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미지북스. 2016.

조한혜정 외, 『노오력의 배신(청년을 거부하는 국가 사회를 거부하는 청년)』, 창비, 2016.

스티븐 J 맥나미 외, 『능력주의는 허구다』, 사이, 2015.

문소영, “유신체제로 정경유착·재벌 탄생… 결국 외환위기 대재앙 불러” 서울신문, 2012.09.12.

박대로, “서울시, 고졸자 채용 장벽 완화한다…산하기관 10% 우선 고용” 뉴시스, 2024.11.06.

이유민, ““고졸은 지원도 못하는 알바”…서울시도 시정권고” KBS, 2023.12.04.

류으뜸, “저출생에도 늘어나는 영어유치원 “계급 재생산 우려... 영유아 4법 개정 필요”” 위즈경제,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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