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역에 남아 있는 노무현 대통령 자취
동화역 문 닫기 전에 둘러본다고 이리저리 기웃대며 사진 찍는데 역 앞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어디서 오셨는데 매일 사진을 찍느냐고 물으셨다. 나 말고도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저는 처음 왔어요.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이 많은가 봐요."
"매일 와서 사진 찍어요."
"동화역 문 닫는다니까 그런가 봐요."
동화역 문 닫는다는 말에 할머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 없어지면 뺑 둘러 울타리 친다던데, 울타리는 언제부터 친대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울타리 치고 사람들도 못 들어오게 하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지…."
동화역 앞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할머니는 역 폐쇄 이후 어찌 될지 몰라 불안해하셨다. 마침 역에 직원이 있어 할머니 모시고 역 대합실로 들어가 직원에게 문의해보니 울타리를 친다는 등의 결정이 내려진 적이 없고, 나중에라도 그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도 미리 알려드리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대답했다. 할머니는 안심하는 표정으로 역 대합실을 나오셨다.
"여기 옛날에 대통령도 왔다면서요?"
"맞아요. 박근혜 대통령 왔어요. 그땐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땐 저 산꼭대기까지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할머니도 대통령 봤어요?"
"사람들이 꽉 차서 볼 수도 없었어요,"
"노무현 대통령도 왔었다던데요?"
"그 대통령도 못 봤어요."
동화역 개찰구 쪽에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열차를 타고 오크밸리로 가던 중 동화역에 들러 소나무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소나무를 보고 "멋있게 잘 자랐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때부터 동화역 소나무는 '노무현 소나무'로 알려졌고, 동화역에서는 이런 사연을 담아 2012년 7월 소나무 옆에 안내판을 설치했다.
'2007년 제16대 대통령이셨던 노무현 대통령께서 특별열차 편으로 '오크밸리'에 오시는 길에 열차에서 내려 소나무를 배경으로 우리 역 직원과 기념사진을 찍으시고 '참 멋있다'라고 하시며'
2014년 박근혜 대통령도 동화역을 방문하면서 안내판에서 노무현 대통령 이름이 사라진 새로운 안내판이 세워졌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방문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빠진 새로운 안내판이 세워졌다.
'2007년 4월, 당시 대통령께서 특별열차로 원주에 오시는 길에 소나무를 보시고 열차에서 내려 "소나무가 아주 멋있게 잘 자랐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시고'
1940년 동화역 개통 당시 역 직원이 심은 것으로 알려진 소나무는 일제 강점기, 해방, 6.25 전쟁이라는 격동의 역사를 거치면서도 보는 이들을 감탄시킬 정도로 빼어난 자태로 자랐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 ---방문 기념 안내판 설치---박근혜 대통령 방문---대통령 방문 기념 안내판에서 노무현 이름 삭제'로 이어졌고 그 중심에 동화역 소나무가 있었다. 아무런 의미 없다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한국 정치사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 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 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서 쌔근쌔근 잘도 자던 아기처럼, 모진 풍파에도 잘 자란 동화역 소나무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