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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Jul 12. 2023

귀 막힌 이야기


미움과 원망을 비워낸 자리에 평안이 깃들기를 바랐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듯 동생에게 지독한 이명이 왔다

소음의 사나운 바퀴가 둥던 일상의 소리를 부수고

온종일 귓속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듣자니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절부절 혼이 나간 동생를 지켜보는 나도 괴롭다

핏줄을 타고 건너온 통증에 나의 희망이 드러눕는다

이 오죽잖은 삶의 전개는 당최 끝날 생각이 없고

동생에게도 나에게도 살아내야 할 업이 남았다 생각하니

생의 긍정이고 나발이고 그만 살고 싶다

생명과 바꾼 깨달음과 다짐은 가짜였던가 회의가 드는데

아직 살아있는 감사가 길고 어두운 회랑 끝에 반짝인다

시련이 그나마 줄을 지어 차례로 오니 감사해라

저렴한 취향의 문화빈민에게 음악이 반려가 되었으니

생의 가장자리에 이런 호사가 또 있겠는가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다

장르를 불문한 선율의 망망대해를 헤매다 보면

우리가 정박할 평안의 기슭을 만날지도 모른다 기대하며

오늘 아침은 재즈의 물결에 귀를 씻는다

                                                                                                                                                                                                                                       2022년 1월 6일




벌써 1년 하고도 반이 지났다. 처음에는 이명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좀더 복잡한 병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1년 가까이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루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지만 힘들어 하는 내가 가엾어서 꾹꾹 참았다는 동생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죽을 힘을 다해 참고도 그정도였으니 그 고틍이 얼마나 컸는지 나는 짐작도 할 수 없다.

발병 초기에 비하면 지금은 지낼 만하다. 미량이지만 약을 줄여가고 있다. 약 없이 온전히 하루를 살 수 있는 날이 천천히라도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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