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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Captain, Our Captain!

故 윤이프란츠(윤성제) 작가님을 기리며

by 램즈이어

스키터 데이비스의 옛 팝송을 읊조립니다

Why does the sun go on shining?

왜 태양은 계속 빛나는 걸까요?

단풍들은 왜 태연히 색깔을 뽐내는 걸까요?

들은 오늘 무슨 소식이 왔는지 모른답니까?

J 천사님이

주인공은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한 움큼 오미야게를 전하며

9월 16일 당신이 여행을 떠났다는군요

우리는 선생님을 차마 보낼 수 없는

어느 영화 속 학생들처럼 *

번쩍 책상 위로 올라 소리칩니다


O Captain, Our Captain!

선물 보따리 속 붕어싸만코를

한입 베먹고 나니

눈물은 금세 그치고 그 달콤함에 미소가 번지네요

당신이 노렸던 바로 그것

캡틴! 보고를 올립니다

우리는 지질하기로 했습니다

콩나물 음표 하나 없는 위태로운 사랑, 아픈 사랑에는

저희도 자신 없는 족속입니다

낡은 숲 속에서 당신과 함께 길을 잃기로요

캡틴! 족집게 대장님

당신이 고독했던 것은 세상 어딘가에

대장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죠

오미야게 맨 바닥에서

한 장의 문서를 찾았습니다

훗날 침착하게 적을 무찌르라는

당신의 비밀 전술서

저희가 언젠가

흰 구멍에 빠지게 될 때

손이 뻣뻣해지고

귀가 진공 속을 통과하는 것처럼 먹먹해질 때

예수님 보다 더한 금식을 할 때

어둠을 뚫고 커다란 파도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검은 망토 뒤집어쓴 녀석을

초록 형광색 내뿜는 참매미로 가장한 놈을

캡틴! 당신의 눈길이 그리우면

창경궁을 거닐겠습니다

대장의 사랑을 그윽이 받은

영광의 궁궐이니까요

캡틴! 저희는 봄을 기다립니다

윤중로에 벚꽃이 만발하면

은빛 단발 소녀와 대장이 귀환할 거니까요

당신 덕분에 바나나를 타고

달과 부메랑 놀이 했던 닭들과

명예를 회복한 도도새와 함께

캡틴! 감성의 大家님

카프카를 읽을 때

부암동 미술관을 거닐 때

곁에서 해석해 주실 거지요?

철없이 용감한 무적판 영웅인 척했지만

진정한 우리의 영웅

O Captain, Our Captain!

우리의 댓글 방에, 늘 거기 계실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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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이 외쳤던 구절은 “O Captain! My Captain!"입니다. (월트 휘트먼의 시에서)

** 시의 많은 어휘들을 고인의 글(최근 투병 기간의)에서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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