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나만 생각한다> 시리즈
"와, 어쩜 그리 결혼 전이랑 달라? 방귀는 도대체 얼마나 참았던 거야?"
"그야 이제 결혼을 했으니까...ㅎ"
아내와 연애를 할 때는 미리미리 방귀를 실컷 뀌고 그녀를 만났다. '치카치카' 양치도 하고, 고운 말, 아름다운 표현으로 나의 병적인 다정함을 더욱 증폭시켜 그녀를 실컷 속였다. 그리고 결혼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름의 배려도 이어왔고, 나 스스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제 굳이 숨기지 않고 뿡뿡거리는 방귀소리처럼, 나는 제일 만만하고 유일하게 속내를 드러내는 아내에게 싫은 소리, 징징거리기, 우울한 말을 실컷 표현한다.
끓는 솥의 무거운 뚜껑이 들썩이듯, 내가 온갖 양보를 해왔음에도 나를 위해 연필 한 자루 쥘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짜증이 많은 다정한 사람'으로서 나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내 호의 안에 감추어 놓은 본성을 갉아먹어 들어가면 어느새 포악해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제일 친한 친구인 아내에게만.
"자기는 진짜 자기만 생각하는 것 같아."
그것은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