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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새댁 Dec 20. 2023

남편이 퇴사를 했다.(38) - 태도가 문제인거야

D+285일의 이야기

D+282일인 12/17(일)로 돌아가본다. 면접 소식도 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여전히 집에 오면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이러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 토요일엔 금요일 회식이 있었고 택시가 잡히지 않아 남편이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토요일 증발. 일요일에 뒷풀이가 있었는데 몸이 좋지 않아 쉬었다. 닭볶음탕이 먹고 싶어서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만들었다.


같이 잘 먹고 나서 각자 공간에 있는데 이력서를 쓰지도 않고 또 소파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아 부아가 치밀었다. 카드값도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봤는데 그냥 얼마 남았다는 대답이 끝이다. 참............못났다. "이력서 안써? 알바는?", "아 쓰고 있어". 솔직히 본인이 지금 백수인 상황이면 같이 사는 나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라는 걸 '먼저' 말해줘야하지 않나? 늘 내가 먼저 대화하는 식에 질렸다. 그래서 말 안하고 있었는데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서 숨죽여 울다가 거실로 나가서 얘기했다. 연말이 다가오고 새해가 다가와서 더 초조해지는 나다.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계획이 뭐야?"

"알바도 해야지"

"지겹지도 않아?, 그냥 첫번째 다녔던 회사에 연락 넣어"

"...."

"뭐라도 해야할거아냐"

"알았어 지금 내가 돈 못벌어온다고 그러는거아냐"

"돈이 문제가 아니라. 태도가 문제인거야. 노가다라도 가서 뛰어"

"내가 알아서 할게"

"뭘 어떻게?"

"아 내가 알아서 한다고"

"나는 지옥같아. 이혼하는 꿈도 꿔"

"... 알아서 내가 할게"


....뭘 어떻게 한다는거니? 창살없는 지옥같다고 생각하길 몇 달.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충격을 좀 받아야 할 것 같아 꺼내버렸다. 이혼하는 꿈? 말이 꿈이지.. 정말 답답하다. 일요일에 저 대화가 있고 나서부터 냉전이다. 어제 내가 새우 구워먹으면서 너무 맛있어서 한마리 주긴 했는데 라면 끓여 먹더라. 예예. 알아서 하십쇼. 예전 기억들을 보면 참 행복했는데 정말 결혼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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