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제안서
‘사업 내용과 우리 장점만 제안서에 잘 적어놓으면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손댈 수 없는 영역이니까, 평가 위원들이 공정하게 평가해 주겠지?’라는 순수한 생각으로 제안서를 제출한 경험이 있다면, 그리고 그 순수한 제안서가 수주했다면 박수를 드리고 싶다. 정말 잘 써진 제안서일 테니까.
그러나 순수한 마음으로 쓴 제안서가 수주를 하지 못했다면, 경쟁에 조금 더 적극적인 제안서로 방법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경쟁사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제안서에 담아보는 것이다.
평가 위원들은 우리를 모른다.
대기업이 아니라면, 평가 위원들은 우리 회사를 모른다고 생각해야 한다. 평가 위원들은 물론 공정한 분들이다. 그리고 뛰어난 전문가다. 그러나, 과연 평가 위원들이 제안하는 모든 업체를 다 알고 있을까?
기업 활동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몇몇 회사를 더 알고 있을 수 있지만, 업계 기업 분석가가 아닌 이상 모든 회사를 알 수 없다. 쉽게 생각해서, 우리가 대한민국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를 알리고, 경쟁사도 알려줘야 한다.
수주하는 제안서는 친절하다.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고, 많은 의문이 들지 않는다. 잘하는 것은 경쟁사보다 잘한다고 표현하고, 과거 실적도 언급하고, 뽑아주면 어떻게 잘 해내겠다고 쉽게 말해준다.
때로는 지난 사업에서 실수한 내용을 반면교사 삼는다고 말하거나, 경쟁사가 한 실수를 드러내 말하기도 한다. 안 좋은 이슈 상황에는 솔직하면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는 제안서가 수주한다.
경쟁 상황에 따른 이야기 전개
경쟁 상황에 따라 제안 콘텐츠를 배열하는 순서 즉, 이야기 순서는 바뀌어야 한다. 필자는 경쟁상황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배열하는데, 경쟁사보다 우세할 경우, 서로 비슷할 경우, 경쟁 열위에 있을 경우로 구분한다.
1. 경쟁사보다 우세할 경우
이야기 초반에 사업 실적(유사 사업 실적 포함)과 성과를 크게 강조해서 확실한 인상을 남기도록 유도한다. 구구절절한 이야기보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통한 자신감이 심사위원들에게 신뢰감을 안겨준다.
2. 경쟁사와 비슷할 경우
상대적으로 고객에게 어떤 이익(효용)을 줄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제안을 통해 사업을 수행하며 고객이 얻을 수 있는 목표를 먼저 제시하고, 전략과 세부적인 수행 방안을 통해 실현 계획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3. 경쟁사보다 열위에 있을 경우
경쟁사의 단점을 찾아 처음부터 부정적인 이슈로 상대의 이미지를 꺾거나, 단점을 빌미로 경쟁사가 사업을 수행할 경우 발생할 위험성을 제기해 평가 위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줘야 한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자사가 오히려 신뢰가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 입찰에서는 말을 하는 순서까지도 치밀하게 생각해야 한다.
순수하고, 순진하게 일 잘하는 모습은 수주한 후에 사업을 수행하며 보여줘도 늦지 않다. 일단 전쟁에서 이겨 수주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제안은 상대적인 전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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