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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Mar 18. 2024

그것이 나의 믿음이었다.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아프고 쓰라린 만큼 함부로 걸어갈 수 없었다.

왜 매번 나아가고자 하면 얼마 가지 못하고 엎어져 버리는지 상심하는 일이 빈번했다.


누군가에 맘을 쏟다 실망했다.

위축되고 주눅 든 만큼 함부로 다가가지 못했다.

왜 매번 가까워지고자 하면 얼마 가지 못하고 멀어져 버리는지 상처받는 일이 잦아졌다.


언젠가부터 상실감이 꽤 깊게 내 곁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어떤 것의 부재가 이토록 나를 상심하게 만들었을까.


눈보라를 걷는 듯이 외롭고, 시큰한 마음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불현듯 찾아오는 생각마저도 선뜻 고뇌와 맞바꾼 채로 가득가득 짊어지고 오래오래 걸어가려 했다.

그 느린 걸음 끝에 뛰어오를 수 있는 아픔이 있었고, 그 오랜 달리기 끝에 넘어설 수 있는 상처가 기다렸기에, 그로써 나는 아무것도 아닌 듯이 구석에 처박혀 있던 다 뜯어지고 갈라진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온통 외롭고, 괴로운 순간들이 쏟아지더라도 견딜 수 있게 막아주는. 다치고, 지치는 순간들이 파고들더라도 버틸 수 있게 지켜주는. 스스로가 가진 믿음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매번 넓게 깔린 진심 위로 튀어 오르지 못한 약속은 믿음이 되지 못한 채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내가 부여잡은 마음들은 꼭 흐지부지 사라져버리거나 뭉쳐지지 못하고 바스러져버리는 연기가 되어버렸다.




견고하게 유지되지 못하는 마음이 싫어서 기다려주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찾아내겠다며 내팽개쳤지만 세상 어느 곳에서도 믿음이 보이지 않더라도 내 안의 믿음만 있다면 세상 무서울 것이 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모든 것의 바탕에는 신뢰라는 그물이 깔려있어야 했다. 만약 회수되거나 아예 생성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진행되는 것은 없었다. 견고해지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사실, 그 무엇보다도 빠르게 형성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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