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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Mar 24. 2024

흩어진 이별과 갈라선 이별.

떨어지고 멀어진 그 헤어짐이 말을 걸어온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무표정 속에 감춰둔 눈물이 뜨겁게 흐르지 않도록, 차갑게 뱉어낸 말들에 결코 외로움이 배지 않도록.

그러나 눈동자 속에 잠긴 슬픔이 슬쩍 반짝이도록, 날이 선 말들에 절대 마음이 베이지 않도록.


아무렇지 않은 듯 사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나날 속의 나를 잡아주고, 끌어줄 것이었다.


강물에 둥둥 띄워진 나뭇잎이 볼품없이 초라해 보이고, 답답할 정도로 제자리를 헤매고 있다면 내가 저 멀리 사라질 필요 없이 주변에 서성이는 나뭇잎을 이리저리 끌어모아 강물에 첨벙이게 만들어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게 숨어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보내주는 것은 쉽지 않았고, 보내주고 남은 흔적이 무뎌지는 것은 더 괴로운 일이었다. 그것을 나도 모르는 새에 알게 되어서, 그 앎이 언제 다가올지 모를 이별의 두려움에 대비하라는 외침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불안에 잠 못 이루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사람이었기 때문에, 단 하나의 감정일지라도 수백수천 가지의 말이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 슬프지만 겪으며 무너져야 하고, 외롭지만 지니며 괴로워할 뿐일 테다.




헤어짐에 남은 것은 누군가를 잊는 것이었다.

웃고 울었던 소중했던 순간들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라는 말을 남기기엔,

이젠 그 어떤 순간에도 그대가 없었다.

하물며 함께 했던 그 시간 속에서도 그대를 남겨둘 수 없었다.

그 모든 순간이 곧 그대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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