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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Apr 01. 2024

나는 나에게 제일 모진 사람이었다.

무너지는 마음을 다 잡기엔 늦어버렸단 걸 알았다.

발버둥 치며, 허우적대며, 간신히 버텨내었던 것이 노력이 아니면 무엇이었겠냐고 묻겠지만 진정으로 애썼다면 이 물음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 답하겠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껏 내가 해오던 것들이 과연 노력이라는 단어에 담길 수 있을지 가끔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물거품이라는 말을 나의 노력 따위에 쓰기에는 창피한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때로 노력이란 아주 거대하고 막막한 것이었다. 온 힘을 다해서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거나,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거나 하면서 아주아주 오래도록 느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또 때로는 노력이란 아주 가볍고 사소한 것이었다. 슬쩍 내어 놓고 모르는 척 넘어가거나,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따라 그저 굴러가거나 하면서 아주아주 차분하게 놓여 있는 것이었다.


흔히 아는 노력이란 절대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목표를 위해서 버티거나 나아가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렇지 않았던 시간들을 노력하지 않았던 시간으로 몰아넣어버린다면. 그 시간들은 별 의미 없는, 사라져도 상관없는, 어쩌면 없는 것만도 못하는 그런 형편없는 시간들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남은 것들을 전부 부질없는 것들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노력을 내 멋대로 나누었다. 때에 따라서 나눠진 노력을 알맞게 선택해서 살아가자며 그렇게 다독였다.


그렇게 화를 내다가 답답함에 숨어버리다가 또 어느 날엔 안쓰러운 마음에 잠깐 울다가 억울하다면서 화를 내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도망치고 싶은 나약한 마음에 회피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두려워서,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워서 괜히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스스로 말도 안 되는 환상에 갇혀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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