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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Apr 19. 2024

희고 흰 하늘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기 바빴다.



혼자인 것이 익숙했다. 가끔 누군가가 그립기도 했고, 가끔 어떤 것이 그려지기도 했지만 얼마 안 가서 바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꽤 쉬운 일이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것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듯 보이다가도 끝내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다시 돌아서기 때문이었다.


익숙해졌다는 것은 익숙해지기 위해서 갖은 마음을 쏟아부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혼자인 게 익숙해지기 위해서 열심히 외로움에 뛰어들었다는 말이었다. 외로움이 지나간 길에, 외로움에 묻힌 맘을 얹으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깊이 감춰져있는 것들에 더 깊게 다가간다면 아무렇지 않은 척, 나도 그것들과 함께 섞여 있을 테니까.


그런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하 호호 웃고 떠들다가도, 무심코 받은 말에 위로를 받더라도. 하필 너무 기뻤거나 하필 너무 설레었거나 하필 너무 기댔거나 하필 너무 바라본 날에는 제자리에 가는 시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다잡더라도 혼자로 돌아갈 수 없었다. 꽤 오래 휘청이고 말았다. 원망도 잠시, 실망도 잠시, 모든 걸 가만히 두고서 혼란 속을 헤맸다.


문득 혼자인 게 익숙해지지 않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났다. 나의 겁 위로 뭉게뭉게 쌓이는 흰 구름이 너무 무겁고 어둡게만 느껴졌다.


돌아갈 자리를 잊어서는 안되었다. 어차피 지워지지도 않을 자리였기도 했다. 괜히 쓸데없는 곳에 마음을 쓴다며, 괜한 마음을 품고 산다며, 여기저기 한마디씩 거들어댈 수도 있겠지만 나의 정적과 적막과 고요는 외로움에 뒤척이고, 쓸쓸함에 쓸리더라도 다시 일어서기 위한 나의 슬픔이었다. 그 슬픔을 듣고 나를 다독이고, 그 슬픔을 딛고 나를 안아주는. 절대 놓아선 안되는 나의 작은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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