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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May 11. 2024

나다움을 보여주다.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사이사이에서 발견하는 것들과 발견되는 것들을 파헤치면서 또 어떨 때는 거스르면서.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다가도 알게 되는 것들에 빠져들면서 폭 안긴 채로 또 어떨 때는 과감히 떨쳐내면서.

그렇게 시간에 담긴 만큼 헤엄쳤다.

사실 매번 헷갈리기도 하고 또 허전한 마음이 꽉 채워질 때면, 그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 택한 방법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끝없이 되짚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매번 도달하는 그 끝이 무의미라는 가치 없는 일이 되어버리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란 아주 신중하고, 저마다 남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길이가 그다지 길지 않다고 해서, 그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해서, 그 깊이가 그다지 깊지 않다고 해서 절대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 길이와 높이와 깊이는 오직 나만이 헤아리고 아우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필히 스스로 단단하게 지켜가야 할 것들이었으며,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들과 내가 언젠가는 알게 될 것들과 내가 알 수밖에 없는 것들 그리고 내가 모르고 있던 것들. 심지어는 만날 수 없는 것들마저 함께 어울려야 하는 것이었다.

나로 산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고 괴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로서 살아가고 싶은 것은 그 모든 것을 다 감수할 만큼의 소중함이 자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순간들이 모여서 영역을 이루고, 영역의 한 편 한 편이 재생되어 삶을 이룬다. 그렇게 결코 바래지 않을 순간들이 나에게 새겨지는 것이었다.

이전 16화 꽤나 멋진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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