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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May 19. 2024

가까운 거리, 냉정한 마음.



너에게 지쳐버린 나는 한동안 너를 찾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었던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까지 굳게 했다. 어쩌면 이렇게 된 것은 다 내가 자초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익숙함이란 무서운 것이었고 당연한 듯 지나치기 마련이니까.

너를 위해 선뜻 찾아갔던 걸음과 너를 아껴 먼저 붙잡았던 손길이 너에겐 습관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서 한숨짓는 일이 잦아져만 갔다. 멀어져 버린 시간 속에서 꽤 오랜 시간을 담담하려고 힘을 냈다. 그 시간 동안 너를 잊고 나에 대해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나 또한 매번 쉽지 않은 기다림이었다. 맞춰주고 끄덕이며 너를 알아주고 너의 편이 되어주면 네가 갇힌 모난 공간 속에서 더 이상은 괴로워하지 않고, 차근차근 극복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모난 것들이 나에게 모질게 다가와 차곡차곡 쌓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낙담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나의 말들이 너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사과와 배려와 위로가 너에게 맞닿아서, 네가 또 나에게 사과와 배려와 위로를 주었을 때, 그 마음을 주고받음에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째서인지 갈수록 그 따뜻함을 만나기 위해서 나밖에 다가가고 있지 않았다. 너는 그 자리에 있었고, 움직일 생각이 없었고, 나설 채비를 하지 않았다. 내가 네가 있는 곳까지 가지 않는다면 나의 따뜻함을 너에게 줄 수 없었고, 너의 따뜻함 또한 나에게 올 수 없었다.

껄끄러운 사이가 되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서야 할 때마저도 냉정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 것이 너에겐 아무렇지 않은 행동으로 비치는 것에 실망하고 안타까웠다. 이제는 정다운 말 한마디를 너에게 건네는 것도 많은 생각이 필요하게 되어버린 것이, 더는 돌아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는 말인 것 같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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