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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Sep 25. 2024

말은 쉽다.


너는 참 쉬웠다. 굳이 정해주지 않아도 언제나 먼저 다가왔고, 굳이 정리하지 않아도 언제나 먼저 멀어졌다. 하기 싫은 것들은 매번 버렸고, 하고 싶은 것들은 매번 가졌다. 따뜻함을 나눠주고도 따뜻함이 넘쳤고,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또 바로 털어내었다. 최선을 다한 만큼 긴장했고 그만큼 멋진 결과를 얻었다. 눈물이 흐르는 걸 창피해하지 않아서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었다.


나는 뭐든 참 어려웠는데. 모든 걸 정해놓고도 그대로 따라가지 못했고, 다가갈까 망설이다가 결국 놓쳐버리고 말았고, 정리하겠다고 나섰지만 모든 게 흐트러져 버렸고, 멀어지고 싶지 않았는데도 뒷걸음질 치며 도망쳤다. 하기 싫은 것들에만 둘러싸여서 정작 하고 싶은 것들은 만나지도 못하고 떠올리기만 했었다.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마음을 감당하기 힘들었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서러웠고,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결국은 망쳐버렸다. 눈물짓고 마는 여린 마음이 너무나 싫어서 아픈 만큼 보듬어 주지 않았다.


내가 너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너의 모습을 알지 못했더라면, 스스로에게 냉정하게 대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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