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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Sep 18. 2024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괜찮지않아도 괜찮다고 되뇌었다


괜찮은 하루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부딪혀서 찢어진 살갗이 아직 아물지는 않았지만. 괜찮은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이른 아침까지 잠 못 이루며 어지러운 맘에 뒤척였지만. 그래도 아주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억지로 미소 짓다 보면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 것이었다.


꽤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듣고, 재미있는 것들을 보면서 온종일 힘차게 보냈다. 다음 날도 그리고 또 다음 날도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분명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흘려보내면 되는 것이었다. 엉켜버린 실 뭉텅이에도 맞닿을 수 있는 시작과 끝은 존재하니까. 복잡한 미로 속에도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가 존재할 테니까.


괜찮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참 많았다. 필요한 것들을 일일이 다 갖추려면 마음을 굳게 먹고 힘을 내서 버텨야 했다. 그러다 보면 필요한 것들이 점차 내게 쌓여서 어느덧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마음으로 매일 괜찮은 하루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었다.


허나, 힘차게 시작했던 하루가 힘겨운 하루의 끝으로 마무리될 때도 있었다. 억지로 웃었던 하루가 공허한 눈동자에 묻히는 하루가 될 때도 있었다. 실 뭉텅이를 하루 종일 부여잡고 섬세하게 풀어내도 꼬이고 꼬여서 확 잘라내버릴 때도 있었다. 걸어도 걸어도 똑같은 자리에 도착하는 것만 같은 미로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얼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필요한 것이 너무나 많아서 겁을 먹고 도망칠 때도 있었다. 그런 날들이 찾아올 때면 찢어진 마음이 더 쓰라렸고, 어지러운 마음이 더욱 괴로워졌다. 괜찮은 하루를 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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