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조차도.
케케묵은 기억들이 곰팡이 냄새를 풍기며 자리를 잡고 있어도 그 곰팡이 냄새가 익숙해질 때까지 또 버티고 버티는 것이 마음이었다.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비워낸다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아무 거리낌 없이, 미련 없이, 증오 없이 어쩌면 매몰차게 돌아서서 없었던 것 마냥 걷어내버리는 것이 버리는 것이라면, 비워낸다는 것은 문득 신경 쓰이고, 가끔 미련도 가졌다가 잠깐 미워도 했다가 서서히 알게 되어 놓아주는, 그렇게 잘 간직하는 것이었다.
나는 비워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버리고 싶은 것들 또한 많았다. 그 기억 속에 그 순간 속에는 내가 있을지라도, 나에게만큼은 그 기억과 그 순간이 아예 없었던 것처럼 소멸되길 바랐다. 어쩌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욱이 그 바람에 집착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일이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은 내가 그 곰팡이 냄새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테니 말이다. 미리 대처할 수 없는 일들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 후에 어떤 해결책을 찾아갈지는 나의 몫이었으나, 그 몫을 나를 책망하는 데다 모조리 다 써버렸다.
정말 버릴 수 있겠냐고 묻길래, 정말 버리고 싶다고 했다.
나의 한 면을 도려내면 정녕 앞으로 살아감에 도움이 될 것 같냐고 묻길래, 그 한 면을 도려내면 정말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내게 너는 말했다.
세상 모든 걸 다 부정해도 상관없지만 너를 부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