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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Sep 04. 2024

여전히 내게 남은 질문.


너의 옆에 앉아서 그의 마음을 함께 나눠달라고 부탁했지만 너는 떨리는 손짓을 뒤로하고 무심히 걸어갔다. 너의 앞에 무릎을 꿇고서 그를 받아들여달라고 애원했지만 너는 울먹이는 목소리를 묻어두고 차갑게 돌아섰다. 저 멀리 걸어가는 너의 모습을 보며, 그를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힘껏 뛰어갔지만 너는 나의 숨차는 목소리를 등지고선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를 가두고 있는 것들이 사라져야만 끝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마치 그가 나인 것처럼 힘겹게 지냈다. 그를 위해서 찾아간 모든 날들은 나를 더 숨 막히고 지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언젠가 내게 다가올 순간들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잔잔한 파도와 고요한 바람으로 가득할 테니까.


내 앞에 찾아온 너는 진심을 다해 물었다. 그를 용서하고 난 그 후의 네가 얻게 될 삶은 어떤 모습이냐고.

나는 자신 있게 답했다. 나를 힘들게 하던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 무엇보다 자유롭게 살아갈 것이라고.


너는 그를 받아들여주었다. 이제서야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겠구나 안도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나는 또 너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외로운 너의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더 깊고 오랜 시간 동안, 더 막막하고 거대한 물음 앞에서, 깊숙하게 묻힌 어떠한 것들을 파헤치면서, 나눠지다가 갈라져버린 말들을 주워 담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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