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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Aug 28. 2024

모든 걸 다 말할 필요는 없다.


굳게 닫힌 맘을 비집고서 그 틈에 새벽이 깃든 용기라는 것이 들어가 소란한 밤을 깨운다면은 조심스럽게 그 빛을 담아 간직하고, 사라지지 않게 속삭일 것이었다. 기가 죽은 눈빛에 따질 힘 따위도 없이 쏟아지는 그 무엇들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을 거라면, 애써 스스로를 토닥이면서 끝내 오지 않을 후련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었다.


알길 없는 마음의 바다 앞에서 길을 잃은 채로 출렁이는 거대함에 먹힐지라도, 절대 섭섭해하지 않을 거라던 마음이 파도에 휩쓸려 멀리 잊힐지라도, 생각보다 힘들진 않을 거라던 말을 믿고 싶었다. 어느 뜨거운 날에 입었던 더 뜨거운 그 무엇들이 저 멀리 쓸어낸 먼지가 되어 나를 감싸고, 더욱 똘똘 뭉쳐서 더 큰 소용돌이를 일으킬 테니까.


모든 걸 다 숨기는 맘이 괴로운 맘이 된다면 끝내 모든 걸 다 감추는 맘이 외로운 맘이라면, 내가 찾을 밤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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