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십일아 Aug 21. 2024

아무것도 없는 것의 연속, 채워지지 못하는 것의 나열.


아무것도 없을 때는 무언가가 있길 바랐지만 무언가가 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을 때가 더 나았던 것도 같다며 마음이 바뀔 때도 있었다.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을 때는 제발 가득 차길 바랐지만 무언가를 채웠을 때는 비우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말을 바꿀 때도 있었다. 참 간사한 사람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마음이 이젠 더 이상 웃기지도 않았다.

유지되었으면 하는 것들은 부서지기 십상이었고, 유지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은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함께 살아갔다. 마치 세상이 반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반복 속에서도 그것이 정녕 내게 필요한 것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절망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냥 아쉬워하는 마음, 그쯤에 안착하기로 했다.

이전 07화 만들어진 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