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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Aug 12. 2024

만들어진 틀.


그렇게 생각하지 마, 잘하고 있어. 다 잘 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말이 왜 이렇게 숨이 막힌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나도 누군가들에게는 똑같이 긍정적인 위로의 말을 하곤 했다. 아마 나의 말 역시 누군가들에게는 위로가 아닌 숨이 막히는 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괜히 더 답답한 날이었다.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이 더 힘이 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왜인지 나는 그렇지 않았다. 억지로 긍정적인 말들을 찾아 읽고, 듣고, 보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나를 떨리게 하는 불안은 없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어져만 갔다. 긍정적인 생각이 들어올 틈도 없이 부정적인 생각들이 막고 있었고, 언제 그렇게나 짙어졌는지 매번 가득가득하게 피어올랐다.

보이는 불안과 보이지 않는 불안. 그 모든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정확히 설명하기도 힘든, 남들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운 불안을 삶에 얹은 채 살아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을 끌어안고서 아침을 보내고 저녁이 되면 토해내듯 털어냈다. 털어지지 않는 생각들은 새벽 내내 풀어놓았다가 날이 밝아올 때쯤 다시 묶어 끌어안았다.

부정적인 말들을 찾았다. 그렇게 끊임없이 찾아와서 나를 괴롭게 할 거라면 그래, 내 마음을 다 내어줄 테니 여기서 살아가라며 비켜주었다. 피어오르다 못해 이젠 경계마저 없어져 버린 곳에서 차라리 그렇게 포기한 듯 버려버리니 되려 속이 시원했다. 아주 강한 충격이었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불안을 더했더니, 아주 잠깐 편해졌다. 그러다 그 충격이 삶에 쌓이고 쌓여서 돌이킬 수 없는 굳건한 마음을 일궈냈다.

만약 긍정적인 생각들을 지지 않고 쌓았더라면 어땠을까. 계속 불안이 들이쳐도 그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말들을 부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땐 이미 우울한 공감의 말이 나를 살게 했을 때였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워서였을까. 돌아갈 수 없는 길에 들어서버린 느낌이었다. 그 충격이 삶에 계속된다면 지칠 수밖에 없었지만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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