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을 때는 무언가가 있길 바랐지만 무언가가 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을 때가 더 나았던 것도 같다며 마음이 바뀔 때도 있었다.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을 때는 제발 가득 차길 바랐지만 무언가를 채웠을 때는 비우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말을 바꿀 때도 있었다. 참 간사한 사람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마음이 이젠 더 이상 웃기지도 않았다.
유지되었으면 하는 것들은 부서지기 십상이었고, 유지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은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함께 살아갔다. 마치 세상이 반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반복 속에서도 그것이 정녕 내게 필요한 것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절망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냥 아쉬워하는 마음, 그쯤에 안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