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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Aug 05. 2024

정작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받아들인 적 없는 나였다.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물러섰다. 이곳에 머무르는 것은 아주 답답하고, 외로운 일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힘껏 소리치고 나면은 조금은 나아지곤 했다. 이렇게 밖에 존재할 수 없는 모습에 한탄했지만 여전히 밖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괜찮을 거라고 다독이는 일마저도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처량하고, 초라했다. 그러나 맘껏 슬퍼할 수 있고, 실컷 미련 가질 수 있었다. 우는 걸 숨기지 않아도 되고, 삐뚤어진 마음을 감추지 않아도 괜찮았다. 있는 모습 그대로, 오로지 그 모습 그대로 보여도 뭐라고 할 그 누구도 없었으니, 안심해도 되었다. 그것이 내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너는 달랐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뻗어나갔다. 여기도 참 좋은 곳이지만 밖으로 나가서 모든 걸 토해내고 싶다고 했다. 머무르는 것도 나를 지키는 방법이지만 벗어나는 것은 내가 날아오를 선택이기에 떠나간다며 안녕을 말하는 너를, 걱정스러운 마음 하나 없이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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