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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Jul 29. 2024

여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거칠어지기로 했다.




다가오는 것들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알아차린 것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받아들인 것들은 간직될 수 없었고, 간직된 것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괜히 선을 긋고 거리를 두며 멀어지려다가 엎어져 버렸다. 괜한 짓을 한 거라며 자책하고 힘들어하다가 어쩔 수 없었던 거겠지, 하며 또 담담해졌다.

하나둘씩 모여든 것들을 다 지니고 가기엔 무리일 것 같아서 그 자리마다 그대로 버려두고 떠나갔다. 따라올 일 없었고, 다시 돌아갈 일 없었기 때문에 딱히 후련함이랄 것도 없었다. 정해진 대로 나서면 되었고, 안될 것들은 쳐다보다가 포기하면 되었다. 힘든 것들은 괴로워하다가 다 잊은 척 거짓말하면 되었고, 꼭 해야 할 일은 나중에 보겠다며 회피하면 되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럴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그렇게 남겨놓았더니, 정말 그런 사람으로 굳어져 버렸다. 그랬더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걸까요.

아무것도 주지 않고, 아무것도 받지 않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는 걸까요.

주는 게 무섭고, 받는 게 버거운 사람이라면 어떡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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