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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 덮어버리고 어울리지 않는 꿈을 꿨다.

by 십일아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낸다는 것은 필요한 것만을 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참 어렵다. 아무리 그 경계가 명확하게 보이더라도 말이다. 섞일 수 없는 것들이었기에, 오히려 극명하게 갈린 것들은 뚜렷하게 보이는 것만큼이나 강렬한 인상만 남길 뿐이었다.


충분하다는 것은 만족스럽다는 의미인 걸까. 아니면 모자람을 느끼더라도 그 모자람에 미련 갖지 말고 주어진 것을 바라보라는 걸까. 그러나 느껴지는 모자람은 부족함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잡아내야 할 것들에 삼켜져버리고, 갖지 말아야 할 것들에 매달려버리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니 그 흔한 일들이 삶의 전부를 채우지 못하도록. 행여 너무나 빈번하여 그 흔한 일들이 본래 내 삶인 것처럼 여겨져도, 용기를 얻고 싶다는 뿌리 깊은 욕심이 지지 않고 버티도록. 매일 밤 말을 걸었다.


그 밤에 꾼 꿈을 기억한다. 모든 밤을 환하게 덮었던 그 꿈을 떠올린다. 그 하늘은 선명했고, 푸르른 어떠한 것들이 높게 날고 있었다. 함께 해도 될까 하는 물음조차 필요하지 않은 그곳은 어쩌면 내가 바라던 곳이었을까. 이러한 고민조차도 불필요한 생각이 되어버리는 그곳이 날 편안케 다독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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