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싶은 것은 감춰지지 않았다.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더 더 더 드러났다. 빠르게 나타나 천천히 물들었다.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그러나 아마 일부러 상처를 내려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되려 감싸려 했던 것이 의도치 않게 상처가 되었던 것뿐이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은 꽤 자주 있는 일이었다. 다만 상처를 발견한 것이 한참이 지나고 난 후였기 때문에, 또 상처가 되었다는 걸 발견하곤 그제야 외면해버렸던 아픔을 뒤늦게 느끼곤 했던 것이다.
뒤늦게 쫓아온 아픔이 미웠다. 모르는 척했으면 그대로 사라질 것이지 왜 따라와서 날 괴롭히는 건지 화가 났다. 그때의 아픔은 그곳에만 남겨두려 했는데, 모든 걸 망쳐버렸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상처는 감추고 싶은 일이 되었고, 내버려둔 상처는 여기저기 드러나 뻗어가는 염증이 되었다.
욱신거리는 마음이 아프다. 대체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집을 순 없지만 문득 쓰리다. 정확히 집히지 않는 마음이 너무하다. 욱신거리는 마음이 아프다.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따가움이 너무 아리다. 이토록 오랜 시간 지워지지 않는 마음이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