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군산 여행 중에 만난 풍경이다. 만경강의 어느 다리를 건너다가 지금 담아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를 할 것 같아서 차에서 내려 한참 동안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가끔 날갯짓하며 날아오르거나 내려앉는 새의 모습을 통해 차가운 강에도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뿐 인기척조차 차가운 겨울바람에 휩쓸려 날아가버린 적막한 풍경이다. 그러나 두꺼운 구름을 뚫고 내려온 빛이 강물에 내려앉아 만들어낸 윤슬은 추위를 감내하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in the winter time
when 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wind blows so chill
and the birds have all flown for the summer
i'm callin' hear me callin' hear me callin'
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스산한 바람 소리로 시작되는 Steve Miller Band의 Winter Time을 듣고 듣고 또 들었다. 다섯 줄의 가사가 반복될 뿐이지만 고독한 사람의 겨울을 더 이상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곡의 가사처럼 고독한 사람에겐 자신의 외침을 들어줄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식물을 가꾸는 것도 대체로 혼자가 어울리는 일이지만 가끔은 그 일에 대해 누군가와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