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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Mar 09. 2024

흔한 초보 아빠의 육아,
두 번째 이야기

병원과 조리원

이제 여기서 나가면 진짜 육아다




병원에서의 나날


둘째 날이 밝았다. 와이프는 여전히 걷지 못하는 상태로 하루종일 누워서 회복에만 집중해야 했다.


와이프는 온몸에 진통제며 수액이며 주렁주렁 달고 있었고 그 와중에 회복을 위해 걷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몸에 힘을 주지 못하는 와이프를 내가 안아서 같이 일어서는 연습을 하는데 와이프가 일어나는 순간 온 장기가 덜컥하는 느낌으로 다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배를 가르는 큰 수술을 했는데 회복이 쉽지 않겠지.


코로나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병원 시스템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그것도 유리 너머로만 볼 수 있는 시간이 오전에 두 번 오후에 세 번 총하루에 다섯 번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 한순간도 놓치지 싫어 나는 시간이 될 때마다 아이를 보러 갔다.


밖에서 신생아실로 수화기를 들어 산모의 이름을 말해주면 안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보여주셨다. 내가 아빠인지 전혀 모를 작은 생명체가 꼬물거리며 하품도 하고 울기도 하고 하는데 참 그게 뭐라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즐기는 것은 잠시 양가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1초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셋째 날부터 와이프는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혼자서 잘 걷지도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아이 밥 먹이러 가야 한다는 일념하에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느꼈다. 엄마는 위대하다 정말.


모유수유에서 돌아온 와이프는 아이를 직접 보고 만졌는데 너무나도 예쁘다고 나에게 자랑자랑을 했다. 사실 엄청 부러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강한 아빠이니까 병실에서는 와이프의 회복에만 집중해야 하니까 아이보다 와이프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척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생기면 와이프랑 병원 복도를 걷는 연습을 하고, 물을 떠 오고, 식사를 같이하고 아이를 보러 가고 이 반복이 익숙해질 때쯤 병원에서의 마지막 다섯째 날이 찾아왔다.



조리원에서


병원과 같은 곳에 조리원 예약했었기에 큰 어려움 없이 바로 옆 건물로 이동했다. 모유수유 시간 말고는 유리 너머로만 볼 수 있었던 아이를 이제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었다. 사실 그 작은 존재를 우리 같은 초보자가 돌보다 실수라도 할까 두려움이 컸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오랜 시간 붙어 있으려고 노력했다.

조리원 선생님이 가시고 멀뚱멀뚱 있는 아이와 어찌해야 할 줄 몰라 멀뚱멀뚱 있는 우리의 모습이 참 웃겼다. 혹시나 아플까 다칠까 아이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여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 아이의 엉덩이에 발진이 올라왔다. 그래 신생아실에서는 봐야 하는 아이도 많으니 놓치실 수 있지 생각이 들면서도 그냥 아이의 엉덩이만 보면 속상하긴 했다. 우리가 데리고 있는 시간에는 최대한 기저귀를 하지 않고 통풍이 잘 되게 해 주었지만 생각보다 낫질 않아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우리 부부는 아이를 다루는 게 조금씩 익숙해져 갔고 아이의 발진 상태도 좋아졌다.


총이주의 기간 동안 조리원에서 있었는데 주말에는 조리원에서 같이 생활하고 평일에는 잠은 집에서 자고 퇴근은 조리원으로 했다. 와이프 혼자 있을 수 있는 컨디션이었고 도우미 분들께서 도와주 신다곤 하지만 아무래도 남편이 있는 게 이것저것 부탁하기 제일 편할 테니까. 그리고 나도 최대한 아이를 많이 보고 싶었다.


이주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엄청 빠르게 지나갔고 마지막 날 이담이는 건강검진을 받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이제 진짜 육아의 시작이다.

초보 엄마아빠를 잘 부탁해 이담아.


세 번째 이야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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