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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 Jul 12. 2024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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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각각의 상황은, 그리하여 능동적으로 이입해야 하는 얼마간의 범위는 하나의 단위가 될 수도 있겠다. 소위 행위성의 중첩이, 게임 밖에서의 거시적인 ‘목표’와 게임 내에서의 일회성의 ‘목표’를 구별하면서도 포개어진 플레이를 이야기하듯. 능동적인 이입은, 연이어 흘러가는 목표의 전반적인 맥락 안에 단위 상황에 이입해야 하는 목표를 포개어야 할 양이다. 얼마만큼의 범위를 특정해야 하는지는 매 단위 상황마다 다를 텐데. 당 단위를 매번 특정한다는 이 추상적인 목표부터가 손쉬워 보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그는 고려한다. 상황의 목표, 제도의 목표, 타인들 각각의 목표, 자신의 장기적 목표, 중기적 목표, 단기적 목표, 당장 이입해야 하는 목표, 또한 이 무수한 파악 대상으로서의 목표 범위를 특정해서 단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재차 목표를 고려한다.

어쩌면 목표는 욕망으로 번역될 수도 있으리라. 결국 이는 타인이나 사회, 제도의 욕망‘들’과 자신의 욕망‘들’의 타협점을 찾아내고자 시도하는 지점에까지 도달할 터다. 예의 단위는 마침내 얼마간은 ‘욕망’에의 단위로 소급되지 않겠나.

예컨대 죄책감이 없는 자와 맞설 때는 의도적으로 죄책감이 없는 인물에 이입하여 거기 맞설 수도 있으리라. 혹, 누가 뭐라건 간에 모종의 이유로 잠시 집요하고 졸렬해져야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보면 우리 ‘행위성’의 라이브러리는 달리 말해 ‘욕망’의 라이브러리를 상속받고 있지 않나. 우리는 타인이나 제도, 또 자기 자신의 욕망을 해석하고 이에 기반하여 행위성을 도모하는 셈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능동적인 이입은 그저 자기 자신이나 타인, 제도의 욕망만이 아닌 ‘매 단위 상황 자체의 욕망’에 이입하는 행위라고 할 수도 있을 모양이다.

그와 같이 현실에서도 매 상황마다 이입하고, 또 그로부터 벗어나 다음 상황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이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의 모든 상황을 어쩌면 현실 자체의 역량을 다시 도모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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