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성실한 일개미였던 나는 한 회사의 대표인 아빠보다 늘 출근 시간이 빨랐다. 내가 샤워하고, 출근 준비가 끝날 때쯤 느지막이 일어나는 아빠를 보면 가끔은 시샘하기도 했다. 그런데 반대 상황이 되고 나니 아침도 챙겨 먹지 않고 나가는 아빠가 보였다. 바쁠 때면 저녁까지 한 끼도 안 먹고 집에 돌아온다.
이런 아빠 내가 쉴 때 아니면 언제 아침밥 챙겨주겠나 싶어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차로 이동하는 중에나 사무실에서 집어 먹기 편하라고 그날그날 생각나는 간단한 샌드위치와 과일을 준비한다. 간식으로 팩 음료와 시리얼바까지 풀패키지다. 귀한 막내아들이라 차려준 밥 아니면 배고파도 스스로 사 먹지 않는다는 게 이 모든 일의 원흉이다.
집에 마땅한 도시락통이 없어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다이소에서 적당한 놈을 1000원에 사 오는 정성까지(다이소 만세!)
나의 1주차 샌드위치 라인업을 소개한다.
- 에그마요 샌드위치
- 당근라페 소시지 버거
-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
- 콘치즈 파니니
여기까지 하고 여태 먹은 샌드위치 중에 뭐가 가장 맛있었냐고 물으니 다 같은 거 아니었냐는 아빠 이마를 딱콩 때릴뻔했다. 나름 아침마다 순발력을 발휘해 최상의 샌드위치를 내었건만! 오렌지, 방울토마토, 사과, 딸기... 매일 과일도 다르게 넣었는데 좀 서운하다. 싸늘한 눈빛을 보내니 식빵 3장 들어간 촉촉한 샌드위치(=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가 가장 맛있었단다. 그래... 손이 많이 갈수록 맛있긴 하지...
메인 재료가 치즈, 햄, 계란, 마요네즈에서 돌고 돌다 보니 맛이 비슷했나 싶다. 잘 돌려막았다고 생각했는데 무리였을까. 2주차엔 장르를 아예 바꿔보기로 했다.
- 누텔라 바나나 토스트
- 피자 토스트
- 연어 베이글
- 햄치즈 베이글
진보적인 척하는 뼛속까지 한국인 입맛 아빠에게는 무리였던 시도였다. 해주니까 먹긴 먹지만 맛있게 먹지는 않는다. 슬프다.
3주차에는 아빠가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나가는 바람에 잘 챙겨주지 못했다. 오랜만에 늦게 출근하길래 회심의 샌드위치를 내주었고, 웬일로 호평과 함께 용돈 5만원을 받았다. 그 메뉴는 바로 '크루아상 샌드위치'. 맛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생지를 굽고, 에그 스크램블을 하고, 베이컨을 굽고 역대급으로 손이 많이 가는 메뉴이긴 하다. 요즘만 반짝 나오고 금방 들어가버리는 산딸기도 곁들였다.
하, 이제 아이디어 고갈이다. 이제 옛날토스트나 치킨랩 같은 메뉴만 생각이 나는데, 어떤 새로운 메뉴를 또 도전해보아야 할까... 아침에 10분을 넘기지 않는 샌드위치가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HELP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