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과 틈, 사이와 사이. 홀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기대고 싶은 곳은 늘 변두리 구석이었다.
오늘도 벽과 벽이 맞댄 자리에 등을 두고 앉아 테이블에 가방을 올려둔다. 눈에 띄지 않지만 동그란 방석 하나가 나의 구석을 포근하게 만들어 준다.
얇은 방석 하나가 앉아있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준다. 늘어난 시간의 길이처럼 마음도 넉넉해진다. 기분 좋게 앉은자리에서 바로 켜지는 감정들을 받아 적는다.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이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자꾸 끄적여보는 것이 꾸준히 글을 쓰도록 이끄는 것 같다.
매 순간 충실하지 않아도 된다. 이어 붙일 마음이 사라지지만 않으면 어디론가 떠돌아다니다가 와도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오늘도 흑백 속에 앉아 있다. 흑백으로 보는 세상은 느린 리듬이다. 무채색은 들뜸보다는 편안함이다. 색을 뺀 것이 색이 되는 세상에서 오늘도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움이란 이름의 벽 앞에서 오래 머물렀던 습관들이 흑백을 사랑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