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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투병기(8)

by 한보물



지옥 같던 인내의 시간이 끝나고

난 드디어 물을 섭취하고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왜 사람들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지

심한 갈증 끝에 물 한잔이란 천국과도 같았다.


하지만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물을 마시던 일도

수술 후 나에겐 쉬운 게 하나 없었다.


목을 뒤로 젖힐 수도 없어 빨대에 의존해 물을 마셔야 했고,

물을 삼키면서 또 다른 아픔을 마주해야 했다.


수술 자체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무언갈 섭취할 때도 극심한 고통이 찾아오니 끔찍했다.


다시는 아프지 말아야지, 다시는 수술하지 말아야지


밥을 먹으면서도 정말 아픔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밥을 먹고 약을 섭취하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심히 아플 때는 목안에 약을 분사하여 아픔을 달래야 했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누워 있어야 했을 때 보단 훨씬 나 상황이었다.


낯선 곳에서 불편한 몸으로 잠든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잠들 수 있음에 그나마 아픔을 잊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렇게 나는 수술 후 첫날밤을 보냈다.


4일이라는 입원 기간,

나는 그 입원 기간 동안 하루하루 잘 버텨냈다.


코로나시기라 면회도 안되고,

24시간 마스크를 쓰며 답답하게 생활해야 했지만

오히려 나에겐 그 시기가 다행처럼 느껴졌다.


이기적이고 나쁜 생각이었지만

나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덜 서글퍼해도 됐었다.


수술 후 연락하나 없던 부모님

수술은 잘 됐는지 아프진 않은지 아무런 걱정도 없던 부모님

어쩌면 끝까지 한결같은 부모님이라 다행이었다.


오로지 이 수술은 나만의 아픔이었으니

나중에 부모님이 아프실 때가 온다면 나 또한 외면할 것이다.


그것 또한 부모님만의 아픔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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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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