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泊) 말고 차독(讀)
차 안도 때로는 훌륭한 도서관이 된다
5월, 신록이 우거진 세상
오랜만의 황금연휴에 비만 내린다.
어디든 가자니 비가 오는 날에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이 귀한 시간을 어찌할 까 하다가 운전대를 돌려, 동네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부쩍거려야 할 공원 축구장에는 빗속을 뚫고 축구에 빠져있는 몇몇 사람들뿐이다.
빗 물로 일제히 목욕을 마친 나무들의 신록이 더 선명해지는 오후, 차량 썬루프를 통해 떨어져 흐르는 빗물의 움직임은 또렷
뚝~뚝~, 차량 철판을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가 인간의 깊은 내면을 자극한다.
빗방울이 연신 유리창을 타고 내릴 때
때마침 박준 시인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가 손에 쥐어있다.
빗방물이 차량 철판을 두드릴 때마다
글자를 읽어가는 눈동자의 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니 시인의 마음이 잘 전해진다.
시 한 편 읽고, 비 쏟아지는 하늘 한번
시 한 편 읽고, 더 짙어가는 나무 한번
그렇게 눈, 귀 잠시 바쁘면
시집 한 권을 통해 어떤 삶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