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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May 11. 2024

튤립의 메시지

꽃이 화려하다 하지만...

튤립의 나라답게 가는 곳마다 처음 보는 꽃들로 가득한 네덜란드.

사람 반 꽃이 반. 초록으로 가득한 숲길을 따라 화려한 튤립과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네요.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그 아름다움을 저장하지 않을 수 없어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대 보지만 우선 이 아름다운 관경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전부 저장하기도 바빠 카메라 메모리 따위를 걱정할 여유는 애초부터 없었나 봅니다.


이런 와중 별 쓸데없는 생각이 잠시 들었어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을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웅장한 나무 사이로 울긋불긋 만개한 꽃들과 초록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검은 그림자.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치는 태양 빛이 어우러져 낯선 이방인의 발과 눈을 사로잡네요.  

  

지루할 틈 없이 발길 닿는 곳 내 시선이 멈추는 곳마다 감탄사가 연신 끊이지 않습니다.  

한참 동안 꽃을 넋 놓고 즐기다 어느 순간 시선이 멈춘 곳은 꽃이 아닌 사람이었음을 느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얼짱각도, 쪼그려 앉기, 모습 찍기 등 저마다 인스타감성으로 사진을 찍기에 열을 올리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조촐한 3인가족부터 인도사람들로 이는 한 무리의 대가족, 또 다른 한편에서는 나처럼 혼자 걷는 사람들, 친구와 연인들끼리 함께 걷는 이들도 많이 보입니다.


꽃을 보며 즐기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추억으로 기억될 이 순간, 먼 훗날 거실 소파에 앉아 저장된 사진 한 장 한 장 넘겨 볼 때마다 화려한 꽃 보다 더 선명할 그날의 낯선 행복 이거나 익숙한 행복으로 다시 소환되겠지 하며 이 낯선 풍경을 계속 즐겨봅니다.


그러다 문득, 세상 가장 화려한 정원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이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양인, 동양인 구분할 것 이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 그 행복한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보며 그 들보다 더 행복 지고 있는 나의 모습에 그전에 없던 내가 보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그 뻔한 말을 새삼스레 낯선 곳, 이 짧은 순간이 되어서 느낄 때,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혹여나 제일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봅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튤립의 꽃말을 찾아봤습니다. 결국 '사랑'이었습니다.

빨간색은 사랑의 고백(영원한 사랑)

보라색은 영원한 사랑, 영원하지 않은 사랑

노란색은 헛된 사랑, 혼자 하는 사랑

- 나무위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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