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아 숙소에 도착하니 10시가 훌쩍 넘었다. 12월의 암스테르담 밤 골목길에는 사람 대신 어둠과 빗방울만이 우리를 반겼다.
어두운 골목길 한 모퉁이의 작은 쪽문을 열고 들어서니 동양인으로 보이는 직원이 미소와 함께 우리를 반긴다. 비단 우리를 반기는 것은 그 직원만이 아니었다. 바로 고흐(Vincent Van Gogh)도 있었다. 로비 한쪽 벽면에 걸려있는 고흐의 자화상이 나의 시선과 마주친다. 역시 고흐의 고향에 온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예약된 방의 카드키를 한 명씩 건네던 그 직원은 여전히 하얀 건치와 미소로 친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 직원이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전한 마지막 한 마디에 순강 당황했다.
"Sir. honeslty, The elevator is not working at this moment due to the maintenance, which means you have to take your carrier up to your room at 4th floor by yourself through the steps. So if you want, I can help you"(엘리베이터 보수 관계로 작동이 안 되니, 직접 4층에 있는 방까지 직접 캐리어를 계단으로 옮겨야 합니다. 원하면 제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Can you~?"
"Sure!"
"Never mind! I will do it by myself"
결국 좁은 계단을 통해 무거운 캐리어를 겨우 올려놓고 나니 등에 땀이 줄줄 흐른다. 오랜 비행으로 쌓인 피로에 더해 조금 전 좁은 계단으로 캐리어를 들어 올려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하지만, 침대 머리맞에 걸린 고흐의 작품(별이 빛나는 밤에)이 방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방 안에도 마치 별이 빛나는 듯했다.
그렇게 어렵게 숙소에 짐을 풀자 공교롭게 정신은 멀뚱멀뚱해진다.
바로 시차 때문이다. 억지로 잠을 청해봤자 더 괴롭다는 것을 숱한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바로 가벼운 복장으로 암스테르담의 밤길을 나섰다.
비 내려 쌀쌀한 12월 암스테르담.
추적거리는 날씨에도 거리의 불빛들은 낯선 이방인들을 도시의 이곳저곳으로 안내했다.
금빛 경관 조명으로 환한 반 고흐 미술관을 지나, 극장거리를 향해 걷는 동안 연신 감탄사가 이어진다.
고요하게 흐르는 운하의 물에 반사된 거리 불빛이 인상적이다. 그 반사된 물빛들이 아마도 빈센트가 자주 그렸던 그 빛들이 아니었을까...
한걸음 걷고 사진 한 컷 찍고 그렇게 겨우겨우 극장거리에 다다랐다.
순간 내 눈앞에는 영화의 한 장면이 펼쳐졌다. 당장이라도 로맨스 영화의 남녀 주인공들이 어디선가 나올듯한 분위기다. '와 와' 하는 감탄사만 연신 나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야간 조명(루미나리에) 중에서 최고의 장면이다. 한 동안 잊고 있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됐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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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이 한 명 없는 이 낯선 도시를 느끼고 있지만 전혀 외롭지 않다.인공의 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물에 반사된 그 빛은 다시 이방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침 8시가 넘었어도 세상은 여전히 어둠이 머물러 있다. 그 아침의 어둠 또한 전날의 어둠만큼 컴컴하다.
하지만, 그 불빛 또한 여전히 화려하다.
어둠이 채 가시기 도 전 출근길 사람들의 일상은 분주하다.오전 9시가 되어갈 무렵이 되어서야 붉은 태양의 기운이 부끄러운 듯 살짝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때 즈음 하늘은 내 가슴을 뛰게하는 새파란 코발트 색을 띤다.
그것도 잠시, 얼마 되지 않아 빨간 태양의 속살을 드러내곤 한다. 그날의 아침도 가슴벅차게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