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아래 Dec 18. 2023

새벽 마드리드를 걸으며

밝음과 어두움 그리고 금빛의 향연, Madrid

새벽 6시

북반구의 겨울, 태양은 여전히 저 멀리에 있다

아무도 없는 지금 이 도시의  주인공은 나인줄만 알았다.


낯선 도시 낯선 거리

그저 느낌 따라 나의 발길을 맡겨본다.

하지만, 금빛 장엄한 프라도미술관을 지키는 건 비둘기 한 마리

그사이 상쾌한 새벽 공기가 잠자고 있는 뇌를 깨운다.

들숨 날숨 쉴 때마다 거리를 가득 채운 나무의 향이

한 걸음 한 걸을 때마다 땅의 기운이 세포를 자극한다


지금 이 순간, 날 반기는 것은

짙은 어둠, 줄지어 있는 가로등 불빛과 사이프러스 나무들

그리고 나를 뒤 따라오는 그림자 뿐


기대 반 설렘 반 쉼 없이 걷다 발길 멈춘

레티로 호수, 낯선 이방인의 발걸음에 놀란 듯

오리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새벽 고요한 레티로 호수는 

이슬 먹은 새벽 빛과 물을 만나

또 다른  세 만든다.

그렇게 자연에 감복하고 있을 때

이 공간의 진짜 주인공들이 새벽을 열기 시작한다.

낯선 이방인의 존재에도 아랑곳 없이...


크리스탈궁의 고요함이

이방인의 마음을 한번 더 고요하게 한다.

시나브로 마드리드는 그렇게 밝아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