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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un 22. 2024

파도소리가 밀려오는 숲

나, 그, 우리가 모두 자연이 되는 곳, 누군가에겐 낙원이 되는 곳

붉은 장미가 피어있는 계절이 되면, 친구들은 숲에 모여 누가 더 힘든 삶을 살았는지 경연이라도 하듯, 밤이 깊어가도록 떠들어 댑니다.


원래는 3명이 모여야지만, 이날은 2명만 모였습니다.

신록으로 가득한 숲에는 우리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줍게 차오르는 달, 그 달을 살짝 가리고 있는 구름, 풀벌레 그리고 멀리 안면도 삼봉 바닷가의 파도소리가 밤의 정적을 함께 깨웁니다.


이날의 대화는 1년 전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1년 전의 이야기는, 서로 잊고 지낸 30년이라는 과거의 이야기였다면, 이날 밤의 대화는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아이들의 장래에 대한 고민, 인정하기는 싫지만 언젠가 다가 올 은퇴 후의 삶,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 그리고 AI가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오늘과 내일에 대한 이야기로, 밤이슬에 옷이 축축해질 때까지 나와 그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날 밤의 주인공은 친구인 그 입니다.  얼떨결에 산주(山主)가 된 친구는 그의 삶이 몽땅 바뀐 듯합니다. 그와 그의 가족은 한 땀 한 땀, 그들만의 패러다이스를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지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게 좋아진 듯합니다. 우선, 그의 표정이 무척 밝아졌습니다. 시커멓게 그의 얼굴에서, 삶의 향기가 넘쳐나 보입니다. 생기 또한 묻어납니다. 게다가, 그의 어린 딸과 부인도 덩달아 행복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그의 삶이 자신감으로 가득 차 보이니, 보는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의 향과 상쾌함, 그리고, 그와 그의 가족들로부터 전해오는, 에너지가 무한해 보입니다. 결국, 그 긍정의 에너지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듯합니다. 그와 그의 가족을 지켜보는, 내 기분이 더 좋아지니 말입니다.


숲은, 그냥 숲이 아닙니다.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입니다.

나에게도, 그에게도, 그의 가족에게도


깜깜한 새벽 숲 속 텐트 안으로, 맑디 맑은 공기와 함께 서해 파도소리는 클래식 선율처럼 들려옵니다.

그제야, 설렌 가슴 진정되고, 눈 떠 있던 세상과 짧은 이별을 청 합니다.

텐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자장가 처럼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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