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분명히 이상하다. 하루하루 지겹고 더위에 온몸이 늘어져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떠올리면 왜인지 그리운 마음만 가득하다. 분명 가라앉지 않는 더위에 짜증도 났고 흘리는 땀에 신경질도 났는데. 여름의 기억은 작은 일이어도 뇌리에 박히고, 때로는 그 해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나는 여름이 싫다. 더위가 싫고,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더위를 신경 쓰는 내가 싫다.
그런데 하필 그런 여름에 그를 사랑해서 그와의 기억이 내 여름의 전부가 됐다. 나는 올해만큼은 여름을 사랑했다. 미워도, 짜증이 나도, 땀이 나고 번거롭고 귀찮고 찝찝하고 습해도. 너와 함께한 여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웠다. 더워서, 땀이 나서, 그래서 더 함께 붙어있는 우리가 유의미했다.
겨울만 되면 더 사랑해야지, 겨울에는 추우니까 더 따뜻하게 함께 있어야지. 그 다짐은 한순간에 허황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사랑을 다음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몸소 깨닫지 않아도 될 것을 알아버렸다. 분명 다시 돌아가도 더 할 수 없을만큼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운이 남는 것처럼, 왜인지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필 여름에 사랑해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는 왜 하필 여름에 사랑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