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 엔젤 Dec 14. 2023

캐나다가 왜 좋을까 -3

갑질이 뭐에요?


며칠 전 밤 근무를 하고 있던 사이에 소동이 벌어졌다.


노숙자들 사이에서 시비가 붙여서 폭행이  발생해서
경찰까지 출동한 것이다.


사건의 발달은 극심한 마약중독자 알렉사(가명)가 왜 자기 옆자리에 남자를 붙여주냐고 울고불고 항의를 하면서부터 일어났다.

 

이곳은 노숙자 시설 법상 성별을 따지지 않고 같이 쓰는 남녀공용 시설이다. 그래서 남녀구분 없이 자리 배정을 한다.  하지만 알렉사는  과거 자기 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한 기억이 생생히 생각나서 너무 고통스럽다며 지금 내 옆의 저 남자를 밖으로 내쫓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한다면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것이다. 하도 난리를 치길래 매니저까지 가담해서 그 여자에게 정해진 자리는 바꿔줄 수 없다고 설득시키려고 강하게 나갔고 결국 그 여자의 괴성이 잠잠 해져갈 때쯤 좋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자는 기어코 우리 몰래 경찰한테 노숙자센터에서 한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거짓 신고를 했고 경찰이 들이닥친 것이다.

 

 수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경찰관

알렉사의 거짓 신고에 열이 받았는지 새로 들어온 노숙자는 알렉사한테 큰 소리로 어떻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을 거짓신고 할 수가 있냐고 소리를 질렀고 그 모습을 본 마크는 알렉사의 편을 들면서 얼마나 그 기억이 괴로웠으면 신고까지 했겠느냐며 여자 편을 들었다.  두 남자의 말싸움은 언성이 높아지자 몸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다시 새벽에 경찰을 부르게 되었다.


경찰의 수사 끝에 사건은 마무리되었고 결국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알렉사에게는 정신상담사를 붙여주었다. 폭행에 연루된 마크와 코디는 1주 동안 노숙자 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시설 출입이 제한된 명단


놀라웠던 점은 , 마크는 다음날 우리에게 같이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밤중에 소란을 피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전했다. 그리고 자기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겠다며 청소와 저녁준비하는  일을 2주 동안 도와주게 되었다. 분명 싸움의 원인이 상처 많은 불쌍한 여자의 편을 들면서 싸움을 말리려고 했던 것인데도 자기의 잘못이라고 솔선수범해서 반성을 하는 마크의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한국에서 사회복지센터에서 일을 했을 때에는 이렇게 프로그램 참여자가 봉사하고 직원을 도와주는 일은 없던 것 같다.


  캐나다에서 갑질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이 있다.


 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이 층침대를 쓰기 힘들다. 2층을  올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1층을 쓰라고 서로가 양보해 준다. 과체중인 합병증 환자에게도 1층을 먼저 쓸 수 있도록 우선권을 제공한다.



똑같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이라고 해도 장애등급이 더 높은 사람들은 몸의 불편함이 더 크기 마련이다. 상대를 고려해서 높은 장애등급인 사람에게는 방 선택의 우선권을 준다.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제이콥에게는 따로 1인실을 제공해 주었다.


한 번은 내가 아침에 제이콥의 침대보를 걷어내려고 방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침대보가 젖어있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 순수한 의도로 제이콥 침대가 왜 젖었냐고 방을 나와서 같이 일하는 안젤라에게  물어보니

"쉿! 조용히 얘기해


라고 하는 것이다. 알고 보니 몸을 움직이지 못해서 화장실을 못 가는 사이에 오줌을 싸 논 것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왜 젖었나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순간  내 목목소리가 그렇게 컸나? 하고 있는데  내 옆을 지나가면서 제이콥의  노숙자 친구 샘이 한마디 거둔다.

"다음에는 작게 물어봐.
사람들이 알게 되면 민망할 수도 있잖아"


그날밤  나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이 공동체 안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휠체어와 목발이 24시 준비되어 있다. 몸이 심하게  좋지 않은 사람은 특별 요양침대를 쓰도록 해주고 있다.


심장이 약해 기저 폐질환으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산소공급기를 달고 사는 클라라와 밥에게는 최대한 정서적인 안정을 주기 위해서 모두가 노력을 한다.


캐나다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캐나다가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정의가 살아있고, 서로에게  갑질 없는 평등한 사회라서가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열받게 하는 인도인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