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순간
하늘을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철새 떼의 군무를 보며 추락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찰나의 순간 맨 앞의 우두머리가 낙오되는 듯 뒤처지다가 이내 후발 주자로 새로운 정렬을 이루며 비행하는 광경에 감탄사마저 꿀꺽 삼켜 버린다. 앞에서 이끌면 뒤에서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걸 다른 세계에서 배운다.
배움은 체화된다. 인간인 내가 속한 무리의 세계도 그랬다. 개개인 다섯 명이 모여 팀을 이뤘다. 동시에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궁극적인 목표인 조직의 성장을 위해 골치 아픈 변화를 일삼았다. 도전 뒤에 타의에 의한 포기가 뒤따르더라도 절망보다는 희망을 택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다른 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조심스러움이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균열은 생기지 않았다.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내가 뒤처지는 만큼 단단히 받쳐 주면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신뢰가 있었다.
역할과 성격이 제각기 다른 다섯 대원이 힘을 합쳐 악의 조직 알렉터 일당을 저지하는 독수리 오형제를 꿈꿨다. 그러나 악의 뒤편에는 환상보다 더 환상 같은 시기와 질투가 있었다. 파도에 침식되는 자갈처럼 부딪치고 깨지며 맞춰 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알기나 할까. 겉에서 깔짝대며 들여다볼 용기 하나 발휘하지 못한 채 입만 터는 꼴이 우스웠다. 서로의 허점을 잡아 축 늘어뜨리며 사이좋게 추락하는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지금쯤 독수리 오형제를 물리쳤다는 헛된 정의감에 사로잡혀 승리를 외치고 있겠지만, 글쎄. 웬만한 능력이 있지 않고서야 악의 무리가 패배한다는 클리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일만 남았다.
오랜만에 맞춘 눈이 더욱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독수리 오형제의 방향은 각기 달라졌을지라도 더 높은 고도에서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