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소리 내 울 수 있도록
'힘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은 무책임해 보이는 이 말을, 가까운 사이일수록 가급적 지양하려고 애쓴다. 무엇도 힘이 되지 않는 시절이 있다. 가볍게 던진 '힘내'라는 말이 행여 조금의 강박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고 조심스럽다. 어쩌면 묵묵한 응원과 기도만이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맥락에서 가끔씩 '이해'라는 단어의 공허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결코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입장과 감정을 감히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독선이고 오만이다. 이해 앞에서 우린 무력하다. 언제나 오해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지만, 누군가를 아등바등 이해하려는 노력이 다른 한 사람의 마음에 공명을 울릴 수 있다. 이해의 근사치에 도달하려고 애쓰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 예쁘고 소중한 마음을, 우린 '사랑'이라 부른다
사랑은 때때로 무력하다. 사랑이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 사랑조차 힘이 되지 않는 날들 역시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다시 사랑이 있기에 우린 잔인한 현실과 세상을 버틸 힘을 얻고는 한다. 그래서 사랑은, 누군가의 시 제목을 빌리자면 '쓸모없지만 아름다운'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유(IU)의 음악 'Love poem'은 '유난히 긴 밤을 걷는' 그리고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너'가 다시 걷고 사랑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바라는 응원이다. 노래 가사의 화자는 상대방에게 쉽고 무책임하게 힘을 내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언제나 이 자리에서,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 날'까지 노래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그 자리에 언제나 있어준다는,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한다는 말은 분명 '힘내'라는 공허한 말보다 따뜻한 위로다.
지나간 일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는 영화 대사가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눈물은 낭비하라고 있는 것이다. 울어야 할 일들에 마음껏 우는 것 정도는, 그러니까 이런 힘과 소용없는 행위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우울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너무 슬퍼서 자주 눈물이 나는 단계가 있고, 거기서 더 나아가 슬픔이 극심하여 눈물조차 나지 않는 단계 역시 존재한다.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상대방은, 가사의 '긴 밤'이라는 은유적 표현에서 보자면 아주 깊은 우울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가사에 따르면 '너'의 세상에 또 한 번 별이 지고 있다. 슬픈 일이 다시 일어났다. 'Love poem'의 화자는 앞으로 다 잘 될 거라는 무책임한 말을 건네지 않는다. 저 길 끝에 빛이 있다고, 이 밤이 언젠가 끝나기는 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다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랄 뿐이다.'너'가 다시 걷고 사랑할 수 있기를. 삶은 하나의 여행이다. 그 여행에서 걷는다는 것은 생을 살아간다는 걸 의미한다.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이라는 가사는, 상대방이 삶이라는 여정을 다시 지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지금은 눈물조차 나지 않는 사람. 소리 내 우는 법 마저 잊어버린 '너'. 또 한 번 별이 져버린 가슴 미어지는 세상이지만, '너'가 그럼에도 걷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화자의 마음이다.
사랑은 타인을 나 만큼이나 중요한 존재로 인식하는 일이다. '나만의 세계'가 '우리의 세계'로 확장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Love poem'의 화자는 상대방을 무작정 이해하려고 하는 대신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노래 가사 중 '숨죽여 삼킨 눈물이 여기 흐르는 듯해'라는 부분은 화자가 상대방과 공감을 이루고 그 사람에게 간신히라도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타인을 위로하거나 응원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느끼는 아픔과 슬픔의 크기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일이다. 섣부른 이해가 차라리 폭력이기도 한 이유다. 'Love poem'의 화자는 '너'의 아픔을 멋대로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함께 가슴 아파하고 기도할 뿐이다. 삶은 참으로 지리멸렬해서, 때로는 영원히 치유되지 못하는 상처들도 있다. 하지만 치유되지 못한 상처를 어떻게든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게 또 인생이기도 하다. 또 한 번 '너의 세상'에 별이 지고 말았지만, 그래서 다시 한번 큰 상처가 찾아왔을 테지만, 'Love poem'의 화자는 상대가 생을 놓지 않기를 바라고,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나가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게 조심스러우면서도 간절한 마음으로 표현돼있다. 이 노래가 무척이나 뭉클한 이유다.
"슬픔이 표백되어 소리 내 우는 법마저 잊어버린 '너'가, 다시 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도 소리 내어 펑펑 울었으면 좋겠다. 너무 많이 울고 울다가 탈진할 것 같을 때, '너'의 등을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 하나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널' 위해 노래하며 기도하고 있음을 잊지는 말기를. 혼자서 오롯이 모든 걸 견뎌야 하는 세상이지만, 그래서 몇 번이고 '별이 지'는 아픔과 슬픔을 마주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삶의 여정을 계속 이어 걸을 수 있기를.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널 그냥 꼭 따스히 안아줄 내가 바로 여기 있을게.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