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날

by nEvergreen

이른 봄 어느 아침, 민호는 송이의 묘소에 화사한 진달래꽃을 들고 방문했다.

새벽에서 갓 올라온 아기 살 태양은 옅은 구름 밖으로 연신 빛살을 내보내려 하고 있었다. 싱그러운 아침 바람이 햇살과 함께 귓전을 스치고 가니, 민호에게 이 순간은 무슨 낯선 행성에 온 것 같았다. 차라리 오늘은 구름으로 덮인 회색빛 세상 속에 비와 함께 걸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얼마 있으니, 정말 구름이 짙어져 세상이 어두워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꽃다발을 송이의 이름이 적힌 통유리 앞에 누이고 조용히 한 손을 송이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건물 밖 빗방울 듣는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빈소에서 주차장까지는 어느 정도 길을 걸어가야 했다.

도시 외곽의 한적한 곳이라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곳이었다.

우산도 없이 빗줄기를 세어 가며 걷고 있는데, 길가 한 구석에서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민호를 보자 작고 애처롭게 소리를 내는 녀석을 민호는 두 손으로 안아 올렸다.


“나는 사랑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으나, 많이 외면했고 많이 놓쳤어. 그래서 지금은 기다림과 그리움의 형벌을 받는 것 같다. 이제 어떠한 존재를 사랑할 자신감마저 점점 잃어 가는 것 같구나.

하지만, 지금 너는 나의 사랑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네 곁에 끝까지 있어 줄게. 다시는 잃지 않고 네가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고 가는 길에 빗줄기의 자리들이 어느새 햇살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에필로그


회사 일로 잠깐 다른 곳에 들렀다가 우연찮게 그곳에서 미나가 일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당연히 민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가 그녀의 모든 기억을 리셋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얼굴도 고쳤다. 민호는 그 고쳐진 얼굴을 알고 있었다.

몸에 고장 난 부분이 있는지 고개를 돌리는 것이 어색했고 한쪽 눈의 시선이 잘 안 맞아 보였다.

몇 가지 지난날의 일들과 사람들에 대해 물었지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모른다는 답변들이 미나에게서 돌아왔다.

사무적인 대화와 인사를 나눈 후, 민호는 뒤돌아서서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제가 먼저 가 있을게요, 저를 꼭 찾아주세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미나는 그저 천진난만한 미소만을 띄워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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