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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프 Aug 13. 2021

아이와 함께 하는14일, 격리일기 1

격리는 현재 진행 중!

한국행을 결심한 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예전과 180도 달라진 여행에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던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행기 티켓을 산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국에 갈 수 있었다. 



D-14 임시숙소 찾기

코로나 19 이후, 예전처럼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없는 만큼 일단 정보를 수집하기에 나섰다. 부모님의 집에서 격리를 할까 했지만 여러 사정이 있어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임시숙소에 묵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예약만 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일정에 호텔 방이 비어 있어야 머무를 수 있었던 것. 격리를 경험한 사람들이 글을 올려준 덕분에 호텔에 문의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알았고 호텔에 메일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포털 창에'서울시 임시숙소'를 검색하면 '호텔 스카이파크'를 비롯한 4곳에서 격리가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해외에서 온 사람들 말고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사람들, 그밖에 보건소에서 격리 사유가 인정된 사람들이 이곳에 묵게 된다. 자신의 의지로 격리하는 경우  1박에 10만 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하루 세 끼 식사가 제공되고 방역이 자주 시행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에어비앤비 대신 임시숙소에 머무는 것을 선택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객실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나의 경우 아이와 함께 두 명이 머무를 예정이었기 때문에 첫 번째로 공간이 최대한 넓을 것, 두 번째로 욕실에 욕조가 있는지(아이가 물놀이라도 하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 곳은 '호텔 스카이파크 동대문 1호점'이었다. (광고 아님 주의) 마음속 결정을 내린 뒤 호텔에 메일을 보내 나의 일정을 말하고 예약이 가능한지 물었다. 다행히 가능하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보건소와 이야기가 되어야 예약할 수 있고, 보건소에 대신 보내줄 테니 신청서를 작성하라는 답변을 받은 것이다. 이후 호텔 측에서 보내준 '자가격리 신청서'라는 문서를 다운로드하여 작성하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내 것 하나, 아이 이름으로 하나 작성했는데 역시나 따로따로 작성하는 것이 맞았다. 문서 작성 법이 어디에 따로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보건소 직원과 여러 번 메일을 오가며 내용을 보완했다. 이후 보건소와 서울시의 연락이 오가며 일주일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한 번에 서류가 통과될 거란 생각은 버리자. 2~3번 보완할 거란 시간 여유를 갖고 작성하는 것이 좋다.


D-7 PCR 검사 준비 

호텔 예약이 끝나고 일사천리로 비행기 티켓까지 결제한 뒤, 남은 것은 PCR 검사였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선 72시간 전 PCR 검사 결과지가 있어야 했던 것. 입국 시에는 입국하는 나라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한국의 경우 만 6세 이하 어린이는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입국이 가능했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어린아이인지 어른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해외 입국자는 PCR 검사 결과지가 있어야 입국 가능하다. 일단 한국에 입국할 땐 아이는 받지 않아도 되었다. 나만 코를 찌르면 되는 것. PCR 검사를 받고 하루 만에 결과지가 나오는 경우 비용은 5000 NTD(한화 약 20만 원)에 달한다. 반면 검사를 받고 하루 뒤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 일반 PCR의 경우 3500 NTD( 한화 약 14만 원)이었다. (이것도 내린 거다. 원래는 더 비쌌음). 원한다고 바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일단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사 예약부터 했다. 

생각보다 검사 순서가 재빨리 다가온다. ㄷㄷ


D-3 PCR 검사 당일 

예약한 검사 날짜에 맞춰 병원으로 향했다. 야외에 설치된 검사 부스가 눈에 띄었다. 은근 긴장되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한 뒤 검사소로 이동했다.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내가 검사받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자 했다. 한국에서 받게 될 PCR 검사를 대비해서다. 그런데 생각보다 줄이 짧았고, 검사 시간은 그보다 더 빨랐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켜지도 못했는데 내 차례가 돌아와 버렸다. 어찌어찌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눌렀으나 카메라를 전방으로 바꾸는데 실패했다. 나중에 확인해본 영상은 움찔대는 내 다리의 모습과 "움직이지 마세요"를 연신 외치는 간호사의 목소리 뿐이었다. 검사를 받았던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봤더니 아프다기보다 기분이 더럽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그런데 난 조금 아팠다. 하지만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더운 나머지 아픔은 금세 잊히고 말았다. 그 정도로 금세 잊힐 아픔이니 검사를 앞두고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저 '음성'글자 하나 받으려고 그 고생을...

D-2 PCR 검사 결과지 수령

검사 후 하루 뒤 '음성'이라 쓰인 결과지를 받았다. 중문과 영문으로 적힌 종이였고,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이걸 받으려고 그 고생을 했다니!' 하는 생각에 약간의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필요하니까 일단 챙긴드아.

 

이전과 180도 달라진 타오위안 공항 풍경. 면세점은 많은 브랜드들이 문을 닫았고, 항공편이 캔슬되었다는 빨간색 사인이 주를 이룬다. 
유일하게 열려있던 카페. 그러나 마실 순 없다. 포장만 가능. 

D-Day 드디어 출발! 

단호한 결의를 한 채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했다. 아이와 함께 파이팅을 외친 뒤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처럼 페이스 쉴드를 썼다. 마스크 위에 페이스 쉴드까지 하니 엄청 답답했다. 공항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페이스 쉴드를 한 사람은 생각보다 적어서 잠시 '벗어버릴까'도 생각했다. 항공사 데스크로 향했다. 줄이 길지 않아 금방 우리 차례가 됐다. 보딩패스를 받고 짐을 넣은 뒤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안전요원이 얼굴을 확인할 수 없으니 페이스 실드를 벗으라 말한다. 잠시 벗었다 다시 썼다. 입국심사장에서도 사진을 찍어야 하니 또 벗으라 말한다. 썼다 벗었다 좀 귀찮았다. 입국장 안으로 들어서니 유령도시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 면세점 직원들만이 목인사를 건넬 뿐이다. 


가져온 물을 입국 심사 전에  버리고 온터라 목이 말랐다. 음료라도 마시고 싶었는데 모든 식당과 카페테리아가 문을 닫았다. 문을 연 곳은 딱 하나뿐, 그마저도 테이크 아웃만 가능했다. 자판기에서 물과 커피를 한 병 샀다. 그런데 어디서 먹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환전소 언니에게 물었더니 공항 3층에선 '온니 쇼핑'만 가능하다고 한다. 4층에서 쉴 수는 있다길래 올라가 봤다. 한때 화려했던 항공사 라운지는 모두 운영하지 않았다. 중화항공  라운지만 문을 열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쉴 곳이 눈에 들어왔다. 공항에서 휴게공간으로 마련해 놓은 듯했는데 '취식 금지'라는 사인이 눈에 띄었다. 아니 왜 물을 사고도 마시질 못하니. 비행기 탑승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지만 할 일이 없었다. 잠깐 앉아있다가 게이트로 향했다. 

'취식금지'라고 붙어 있는 사인. 물을 샀어도 마실 수 있는 곳이 없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 게이트 앞에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거리 두기를 했지만 분위기상 물을 마시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비행기에서 마시기로 하고 기다렸다. 아이가 깨어있었다면 뭐라도 먹여야 할 시간이었지만 마침 잠을 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텅텅 빈 채로 비행하는 대만-서울행 비행기
더욱 간단해진 기내식. 

보딩이 시작되고 비행기에 올랐다. 자리를 미리 예약할 때 보니 앞자리엔 사람이 좀 있었는데 막상 타보니 시야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을 경험한 사람들이 오는 동안 배가 많이 고팠다는 리뷰를 남긴 것을 본 터라 기내식은 반드시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먹다 코로나 19에 걸리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에 페이스 실드는 하고 마스크만 벗은 채로 식사를 했다. 아동식을 주문하면 가장 먼저 나오기 때문에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어떤 분이 써놓은 글이 생각나서 아동식을 주문했는데 사람이 많이 없다 보니까 기내식이 비슷하게 나왔다. 비행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짧은 터라 둘 다 메뉴는 샌드위치가 나왔다.  (아동용이 더 맛있었던 건 안 비밀) 아동식에 간식이 딸려 나왔는데 혹시 나중에 배가 고플까 봐 간식은 가방에 따로 챙겨두었다.  


예전에 입국할 때는 한국인이라면 입국 전 작성하는 서류가 세관에 제출하는 신고서 하나뿐이었는데 코로나 19로 입국이 까다로워지다 보니 제출해야 할 서류가 늘었다. 아이 것도 함께 작성해야 해서 입국신고서 각각 2장 + 세관용 신고서까지 총 5장을 작성했다. 


드디어 한국 도착! 자가격리 앱을 미리 깔면 시간이 단축된다기에 미리 다운로드해 신나게 정보를 기입했는데 입국장에 계시는 보안요원이 그 앱이 아니라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만든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를 깔아야 된다고. (이 점 주의) 입국 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큰 도움이 되었다. 해외 사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역시 '코리아 남바완'다운 시스템이다.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입국서류에 적어 낸 전화번호와 정보가 바르게 되었는지 확인 한 뒤 입국심사를 거쳐 나오게 된다. 짐을 찾으러 가려는데 덩그러니 빈 컨베이어 벨트가 안쓰러웠다. 한때 엄청 붐볐었는데. 

텅텅 빈 수화물 찾는 곳의 모습.

짐을 찾기 위해 지정된 곳은 10번 수화물 보관대였다.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야 했는데 다행히 유모차를 챙긴 덕분에 20kg에 육박하는 만 4세 여아를 들어야 하는 일은 피했다. (나 역시 '설마 이 나이 될 때까지 유모차 탈까' 싶었는데 키우고 보니 아기 때모다 오히려 이 나이일 때 유모차 더 필요하다. 걷다가도 안아달라고 하니 휴대용 유모차 또는 유모카 챙길 것을 추천!) 


짐을 찾고 입국장으로 가려는데 줄이 자연스럽게 세관으로 이어진다. 무조건 수화물 검사를 받게 해 둔 듯하다. 다시 한번 짐을 다 내린 채로 엑스레이를 통과해야 했지만 뭐 필요하다면 해야지 어쩌겠는가? 모든 절차를 통과한 뒤 드디어 입국장의 문을 열고 나왔다. 이젠 이동수단을 찾을 차례다. 

-방역 택시 탑승

방역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고 말하면 안전요원들이 방역 택시가 있는 창구로 안내를 해준다. 여기서 또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콜밴과 방역 택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것. 콜밴은 9인이 탑승 가능하고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반면 방역 택시는 승차감이 편안하다고 했다. 가격은 콜밴이 7만 8000원 후반대, 방역 택시는 8만 원이었다. 나의 경우 짐도 별로 없고, 탑승 인원도 아이와 나 둘 뿐이라 그냥 방역 택시를 선택했다. 기사님들이 차례를 기다려 손님을 받는 듯했다. 기사님이 배정되면 간단히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차로 향한다. 우리가 탈 택시에는 '인터내셔널 택시'라 적혀 있었다. 예전에 관광객만 태우던 택시였지만 코로나 19로 관광객이 줄면서 서울시에서 인터내셔널 택시에게 방역 택시 일을 주었다고 한다. 이후 콜밴, 일반 회사도 방역 택시 일을 사설로 운영 중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인터내셔널 택시에게만 주어진 일이라고 하니 참고할 것. 기사님이 백신 접종 완료 자라서 (접종 증서 보여주심) 더 안심이 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서울 풍경이라 많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 마스크만 착용했지 크게 변한 건 없어 보였다. 홍대입구를 지나오는데 북적이는 인파 무엇? 뉴스에서 분명 확진자 2000명대를 예상한다고 했는데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쨌든 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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