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짝은 아기를 춤추게 해, 양양문화제
나의 고향 김해에는 가락문화제라는 축제가 있다. 철없이 뛰놀던 시절의 봄, 교복을 입고 바람에 굴러가는 나뭇잎을 보며 꺄르르 웃었던 시절의 봄, 그 기억 한켠에는 항상 풍성한 축제가 있었다.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와 상점들, 특별할 것도 없을 길거리 음식이 그리도 탐스러웠다. 밤에는 쿵짝이는 소리가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왔고, 폐막식 불꽃놀이는 며칠간 회자가 되기도 했다. 고향을 떠나오고 잊고 살던 축제가, 양양에 열렸다.
6월의 푸른 주말, 오도 이촌 중 이틀을 축제와 함께
맞는 기적이 일어났다. 며칠 전 진이 축제 어쩌고, 노라조 어쩌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양양 문화제를 두고 한 말이었다.(노라조 공연이 있었단다)
퇴근 후 부랴부랴 이동한 여느 날과 다름없는 금요일이었다. 마을에 들어서기 전 지나는 체육관 앞에 길게 장이 들어섰다. 쿵짝쿵짝 거리를 울리는 뽕짝 노랫소리, 번쩍이는 불빛, 간간이 들리는 아이들의 함성소리와 삐걱이는 미니바이킹 소리. 선선한 바람이 인파의 열기를 후욱 불어내는 어느 봄의 밤, 지우의 첫 번째 축제다.
우리는 홀린 듯이 차를 세우고 수많은 인파 속에 합류했다. 지우의 눈은 사람들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신이 난 눈썹이 한껏 올라갔다. 지우는 얼굴로 행복을 말한다. 진은 금쪽같은 지우를 잃어버릴세라 목에 이고 다녔다.
지우가 걷겠다고 한 것은 첫 번째로 마주친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온갖 사탕발린 말로 구슬려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지만, 곧이어 터키(튀르키예) 삼촌의 마술 아이스크림이 나타났다. 더 이상 어쩔 방도가 없었다. 터키 삼촌의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해맑은 중학생들이 줄을 서고 있었는데, 지우가 나타나자 모두 차례를 양보해 주었다.
아이스크림이 다 녹을 때 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름 모를 트로트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쩌렁쩌렁 스피커 소리가 가슴통을 두드리는 공연장에서 지우는 한참 뛰어놀았다. 요상한 춤도 추고, 넘어지기도 했다. 하늘하늘 찰랑이는 바다 위에 닻을 내린 조각배처럼, 내 시야 안에서 자유로히 떠다녔다.
느즈막히 꼬부랑 길을 지나 까만 밤의 햇살집에 돌아왔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공연 소리가 고요한 마을까지 흘러와 울려 퍼졌다. 잠든 지우를 한참 쓰다듬었다. 좋은 봄밤이었다. 기억의 편린으로 남을지라도, 온도와 공기와 향기로 어느 날 문득 떠오를 단단하고 고운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