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이는 관심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지우의 생일이 지나고, 이 가을도 지나가는구나, 할 딱 이때쯤인 오늘 지우의 유치원에서는 한발 늦은 생일잔치가 열렸다.
유치원에서는 생일자들에게 간단한 미디어 또는 보드로 만든 성장스토리를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했다. 대부분이 (당연히 부모가,) 영상이나 PPT로 소개자료를 만들어 냈는데, 어쩐지 지우는 보드판에 직접 만들고 싶다 했더랬다.
그 결심을 듣는 순간, 나와 진은 값진 상을 받아 온 기분이었다. 나의 지우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심했다, 정도의 에피소드였지만 부모로서는 도저히 평범하지 못한 기특한 생각이었다.
이에 그 하루를 온전히 지우의 날로 만들고 싶은 진과 나의 투머치한 열심히 보드판을 만들었다. 예쁠 수밖에 없는 바탕에 지우는 마음 놓고 그림을 그렸다(라고 쓰고 잘 잘라진 사진을 붙였다고 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은 인사발표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4시가 가까워 오자 유치원에서는 전화가 왔고, 그 쯤 인사발표도 났다. 내가 속한 팀이 사라졌다.
팀장님은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고 했다. 새로 생긴 조직에서는, 한정된 자리를 놓고 과장급 인원은 춤을 추며 쟁탈하라 하였다. 아, 얼마 전 내 첫 사수가 꿈에 나와 랩을 갈기며 메달을 받아 가더니, 그게 얼토당토않은 나의 예지몽이었다니.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던 동료는 멋진 포지션을 쟁취했고, 다르지 않은 노력을 요령껏 기울였던 또 다른 동료는 선택받지 못했다. 나 또한 선택받은 쪽이 아니었다. 쓰디쓴 저녁, 바람이 차다.
축하자리였던 오늘의 회식은 해단식으로 대체되었다.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내일은 또 다른 송별회가 기다리고 있다. 많은 이의 쓴 마음이 알콜 향으로 잠시 데워지겠다.
자주 발걸음이 멈춰지던 까만 밤, 진에게서 온 지우의 동영상을 뒤늦게 돌려봤다. 오늘의 완벽한 주인공이었던 지우는, 지우를 쟁탈하려는 친구들의 과한 관심이 흥미로웠던 하루를 보낸 모양이었다. 지우가 작은 입이로 재잘거렸다.
시린 마음이 따땃하게 데워지고, 이내 뜨거워졌다.
어디든 이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하소연을 하고 싶은데 , 기댈 곳이 없다. 친구는 까만 밤 육아에 지쳐있을 테고, 엄마아빠는 짧은 위로 후 걱정을 나눠 짊어질 것이다. 모두 싫다. 차디찬 밤 집으로 가는 먼 길, 발걸음이 자주 멈추었다. 숨을 몰아 쉬고, 지우의 표정을 상기하고. 그리 힘겹게 보내준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