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향수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진짜 맛있는 음식인 건지 모르겠다. 떡볶이는 왜 이렇게 맛있을까? 쫄깃한 떡의 질감, 달큰하고 매콤한 소스, 곁들이는 메뉴들과의 조합. 써 내려가다 보니 떡볶이가 가진 매력이 다양하긴 하다.
나는 떡볶이 중에서도 국물이 자박하고 간이 심심하여 국물과 떡을 같이 먹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거기에 양파나 양배추가 잔뜩 들어가면 더 좋다. 바로 우리 엄마의 떡볶이 스타일이다. 하지만 국물 떡볶이의 단점은 사이드로 튀김을 같이 먹기 어렵다는 것이다. 튀김은 본래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지만 국물 떡볶이는 튀김을 찍어 먹을만한 소스의 농도가 아니다. 너무 묽어서 물에 빠진 튀김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떡볶이는 세상 쉬운 요리이다. 조리 시간이 길어지면 흥미를 잃는 나에게는 떡볶이 조리 시간 정도면 적당하다. 웍에 현미유를 두르고 양파를 양껏 볶는다. 나는 주먹보다 큰 양파를 채 썰어 넣었다. 양파는 익으면 단 맛을 내는 채소라 설탕을 덜 넣을 수 있다. 양파가 반쯤 익어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채수를 넣는다. 채수는 한살림의 채수 코인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편리해진 세상을 누려보자. 채수를 붓고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나만의 비율대로 양념을 한다. 나는 고추장보다 고춧가루를 더 많이 넣었다. 고추장 한 스푼이면 고춧가루는 두 스푼을 넣는다. 거기에 참치 액 한 스푼, 설탕 반 스푼. 간이 적당히 맞았다면 떡과 부 재료를 넣고 바글바글 끓인다. 나는 싱겁게 간을 한 뒤에 졸여서 간을 맞췄다. 밀떡보다는 쌀떡을 좋아하는 나는 충분히 국물을 졸여 떡까지 간이 스며들도록 한다.
에어컨 수리가 예약되어 있어서 기사님의 수리가 끝날 때까지 배고픔을 참았다. 원래의 밥시간이 지나니 허기짐은 극에 달해 튀김까지 손을 대버렸다. 어머님의 은혜로 냉동고에 가지, 연근, 생선 튀김이 있었다. 한 가지만 고를 수 없던 허기짐으로 인해 모두 다 튀겨버렸다. 나를 말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도 대식가인 나는 음식량이 선을 넘어가고 있는지 만드는 중에는 깨닫지 못했다. 밥상을 다 차리고 나서야 '어, 이거 양이 너무 많은데? 내가 손님을 초대했던가?'라고 깨달았으니까.
내 입맛대로 만든 떡볶이는 당연히 만족스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양파가 듬뿍 들어갔고 내가 좋아하는 쌀떡이었으며 내가 전에 만들어 놓았던 야채 속을 채운 유부주머니도 어찌나 맛있던지. 온전히 나를 위해 만든 음식은 오늘도 나를 만족시켰다. 한 끼도 허투루 먹지 않고 나 자신을 대접하며 소중히 대하면 타인에게 배려 받지 않아도 나를 다독이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 힘이 오늘은 나에게 떡볶이였다. 누군가는 김밥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파스타, 또는 라면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대충 때우는 한 끼가 되더라도 슬퍼할 필요는 없다. 필연적으로 다음 끼니가 오니까 그때 나를 위한 음식을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