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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Sep 10. 2024

사랑 그 자체 내 딸

 나는 내가 쓴 글이 참 재미나다. 다소 격한 표현도 있어 민망하긴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 글도 내가 다시 읽을 거라 생각하니 아이에 대하여 쓰고 싶어졌다. 


 오늘 마늘이와 학원을 가기 위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우리는 걸을 때 끝말잇기, 3글자로 말하기, 삼행시 등 이야기 놀이를 하며 걷는다. 오늘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다가 아이가 십 년 뒤면 자기가 19살이라고 말하는데 새삼 놀랐다. 이제 초등 2학년이 되었는데 십 년 뒤엔 고등학교 3학년이라니. 고삼 마늘이는 어떨까. 나와 마늘이 관계는 여전히 좋겠지? 지금 같았으면 좋겠다. 순식간에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충격 고백을 하자면 나는 애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동물도. 이렇게 말하면 왠지 인정 없어 보여서 되도록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요즘은 판다부터 강아지, 고양이까지 동물애호가들이 많은 거 같아서 더 말하지 못한다. 마늘이도 그랬다. 조그맣던 아기일 때 아이가 막 사랑스럽거나 예쁘지 않았다. 또 되돌아보면 가장 예뻤던 3~4살 시절도 지금만큼 아이가 사랑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요즘 마늘이를 보고 있으면 아이에 대한 내 사랑을 도무지 숨길 수가 없다. 


 정신 차려보면 아이 볼에 무자비하게 뽀뽀를 날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집 밖에서 사람들 있을 때는 되도록 애정표현을 하지 않지만 가끔씩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감정이 분출되기도 한다.


 내 사랑을 숨기지 않고 100% 발산할 수 있는 상대가 있어 즐겁다. 남편, 부모와는 다른 애정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무한한 사랑의 존재. 다진이가 다진이라 감사하고 내 딸로 와줘서 고맙다. 매일 잠들기 전과 깨고 나서 아이에게 해주는 말이다. 오늘도 사랑해. 어제도 사랑했고 내일도 사랑해. 다진아.

이 글을 마늘이가 속 썩일 때 꼭 다시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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