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강박이 되는 순간
나 스스로 뜯어 내야 하는, 내야 할 순간
오늘은 좀 다소 저의 민감하고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지금 저의 옆에 그분이 떠나고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저에게 있어서 사랑이 너무 소중했던 순간이 있던 만큼 제목 그대로 저에게 사랑이 강박이 되는 순간이 왔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강박을 갖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 같아요. 만약 그 당시에 이런 저의 모습을 알기만 했더라도 지금 저의 옆을 그분이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자책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그분에게 이별을 듣기 전과 직후까지도 저는 그저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감정들이 몰아치는 태풍 속에 몸을 맡겼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의 마음도 돌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분의 마음을 돌볼 수 있었을까요. 지금 돌이켜보면 저라도 그분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그분 본인의 마음을 돌보기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도 끝까지 저의 마음을 돌봐주려고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저는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감정의 태풍 속에서 저 스스로를 계속해서 상처 내고 저의 옆을 지켜주겠다 말했던 사람에게도 상처를 내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난 상처들은 상처가 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모르고 서로의 옆에 있었기에 아물지 못하고 계속해서 또 다른 상처들을 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지금은 그분이 떠나게 된 게 당연한 결과라고도 생각해요.
어떠한 문제나 잘못이든지 이유 없는 문제, 잘못은 없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흐르고 그분과의 관계를 이성적으로 돌이켜 보았을 때에 서로의 문제가 아닌 온전히 저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별 뒤에는 그저 저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책만 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더 정신 차리고 앞으로 누군가를 만날 때에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아요. 그분과의 이별은 저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괴로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기에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더 차분해지고 이성적인 시선으로 저와 그분의 관계를 돌이켜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해요. 하지만 저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고로 다치기 전과 후의 저의 삶이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지금의 제가 다치기 전의 삶과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면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쓸 수도 없고, 무거운 말로는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저의 삶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저의 잘못과 문제점들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한다는 것은 곧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죽어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심지어 동물들까지도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 본능이 있어요. 그분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런 마음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저는 이런 마음들을 풀어내고 지켜내는 방식에 있어서 잘못됐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저의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은 저의 삶에 있어서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만들 수도 있었고, 그 어떤 것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우직함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저 순간의 감정에 눈이 멀어 강박으로 만들어냈죠. 저는 살아가는데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모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떠날 때까지 저에게 이런 경험들을 주고 제가 몰랐던 저의 문제점과 부족한 부분들을 알려준 그분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분이 저에게 알려준 것들로 저를 돌이켜 보았을 때, 이런 저의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을 건강하게 풀어내지 못했던 이유는 근본적으로 저는 소중한 것들을 지켜냈던 적이 없었고,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이성과의 만남에 있어서 이번처럼 저의 문제라고 생각했기보다는 상대방의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저의 모습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자체를 못했던 것 같아요. 그저 저의 모습이 옳다고 색안경을 낀 채로 만남을 가져왔던 거죠. 다만 이번에는 제가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던 것은 제 옆을 지켜주었던 그분을 더 많이 사랑해서도 아니고, 저 스스로를 바꿔가면서 만날 만큼 그분을 사랑해서도 아니에요. 그저 이성적인 시선으로 관계를 돌이켜 보았을 때 제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만족스러운 연애를 할 수 없을 것을 알기에 저 스스로 바뀌고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다만 그분이 제가 만났던 다른 분들과 다른 점은 이런 저의 잘못과 문제를 진심으로 알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에요. 이게 제가 그분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글로 그분에 대한 그리움을 써 내리는 이유이기도 해요. 사람 마음이란 게 뜻대로 될 때가 있을까요. 사람 마음에 정답은 없기에 답이 없는 문제를 계속해서 풀어가는 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분과의 관계를 몰아세우고 지옥 같은 순간으로 만든 것은 온전히 저라고 생각해요. 정말 웃기게도 그분이 저에게 준 사랑이라는 감정을 지켜야 한다는 다짐이 점점 강박으로 변해가고 이런 과정들은 저에게서 오히려 사랑이라는 감정이 떠나가게 만들었어요. 사랑이 강박이 되는 순간 그분이 함께 쌓아 올려 주었던 저의 세상과 그분 스스로 쌓아 올린 그분의 세상 까지도 무너뜨리면서 저의 옆에 그분을 가두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 그분이 저의 옆을 떠난 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때의 기분은 제가 계속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고 애쓰던 기분이었어요. 그저 흐르는 물을 계속 잡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린아이의 어리광보다도 어렸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이런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을 했기에 더욱더 자책만으로 끝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 저는 계속해서 흐르는 물을 손으로 잡으려다가 결국 그 안으로 빠져 발버둥 칠 것을 알거든요. 이 글을 쓰는 지금 제가 그런 순간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낌’
강박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제가 느꼈던 마음이랑 같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의 생각은 어떠한 감정이든지 그 감정에 대한 강박이 생기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끝없는 감정의 사슬로 자기 자신을 구속하고 그 무게를 오로지 혼자 버텨내야 해요. 그렇게 끝까지 버텨내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지금의 저처럼 무너져 내리겠죠. 이 무게를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런 감정의 무게들을 끝까지 버텨 내려고 했고 결국엔 무너져 내린 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더욱더 정신을 차리고 저의 잘못된 부분들은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지금 저의 삶을 하나씩 놓게 된다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모든 것을 놓아 버릴 것을 알아요. 사고로 인해 저의 다리가 크게 다쳤을 때 저의 삶을 하나씩 놓아버리고 포기해 가며 살았던 순간이 있었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저의 이성의 끈을 더 꼭 잡으려고 하는 중이에요. 저에게 있어서 그런 수단이 글쓰기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정말 쉬지 않고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끝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 느끼는 저의 요동치는 감정들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써 내릴 거예요. 지금 저의 요동치는 감정들을 마주하려 할 때마다 저의 살갗을 한 점씩 잡아 뜯는 기분이지만 온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연하지만 깨끗한 새살이 올라올 때까지 저는 계속해서 잡아 뜯을 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글을 써 내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