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잔상이 되는 순간
앞으로 살아가면서 절대 잊지 않기를 원하는 순간
저는 처음에 그분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부정하기만 바빴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이별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이별이라는 현실이 주는 폭풍 같은 감정들을 온몸으로 받아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저 힘들기 바빴다면 지금은 전에 제가 써 내렸던 글들처럼 저 스스로를 진심으로 돌아보게 되고, 뉘우치고, 후회했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감정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면서 저는 요즘 평소에 문득 드는 순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마주하려고 해요.
제가 지금 겪고 있는 경험에 대한 글을 써 내릴 때 저는 사랑은 감정이라고 말하지만, 이별은 현실이라고 말했어요.
‘서로 갈리어 떨어짐’
‘기약 없는 이별을 함’
‘관계나 교제를 영원히 끊음’
이별의 사전적 의미와, 비슷한 의미의 단어인 결별의 사전적 의미예요. 마음으로서의 의미보다는 현실적인 상황으로서의 의미가 강하죠.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사랑의 사전적 의미예요. 위에서 말했던 것과는 반대로 현실적인 상황으로서의 의미보다는 마음, 감정으로서의 의미가 강해요. 그렇기에 제가 겪고 있는 지금 이 순간들은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분과 함께 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저에게는 따뜻하고 포근한 꿈같은 장면들이 펼쳐져요. 정말 말 그대로 그분이 저의 옆을 지켜주던 시간들은 저는 그저 꿈을 꾸던 시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시간 동안 저는 그분이라는, 그저 한 없이 달콤한 꿈에 취해 있었던 거죠. 반대로 그분과의 이별을 떠올리면 저에게는 차갑고 무거운 현실이 떠올라요. 아무것도 없는 현실. 정말 그 순간에 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저 그분을 만나는 동안 저 스스로의 위안이 되어주는 허울 좋은 일들, 핑계들뿐이었죠. 그렇기에 그분과의 이별 후에는 저 스스로가 더욱더 텅 비어있다고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 텅 비어있다고 느낀 만큼 지금은 저 스스로를 가득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과정은 제가 겪었던 이별이라는 현실을 점점 과거로, 추억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보이며 저 스스로를 괴롭혔던 이별이라는 현실은 점점 저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과의 이별 직후에는 가끔씩 몰려오는 감정들이 느껴지면 제 자신이 흔들리기도 했어요. 지금은 그런 감정들이 갑자기 몰려와도 흔들리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몰려오던 감정의 무게가 가벼워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저 스스로를 채워가며 점점 우직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거죠. 글을 계속해서 써 내리고 있는 지금도 이 글의 제목처럼 그분과의 이별이 잔상처럼 저의 마음속에 남아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어찌 됐건 제가 겪었던 그분과의 이별의 경험은 절대로 가볍지 않았고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안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계속 저의 글에서 써 내렸던 것처럼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 경험들에서 저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들을 절대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제가 지금 겪고 있는 경험들과 상황들을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 갈 그 누구와도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분명 앞으로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지금 저에게 남아있는 그분과의 이별의 잔상조차도 남지 않을 것을 알아요.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기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되고, 새로운 사람과 미래를 약속하겠죠. 그때에는 지금 제가 계속해서 마주하려고 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위에서 말한 과정 속에서 제가 길을 잃지 않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저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이별이라는 현실이 주는 수많은 감정들의 아픔들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가두려고 하면 저는 그분과 이별을 마주하지도 못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 더 이상 성숙해지지 못하는 거죠. 지금처럼 그분과의 이별에 대한 글을 써 내릴 때에는 스스로 아픈 상처를 소독하는 느낌이었어요. 괴롭고 아팠어요. 하지만 이 글을 써 내리는 지금은 더 이상 괴롭지 않고 아프지 않아요. 오히려 아픔 뒤에 점점 성숙해지는 제 자신이 느껴질 때에는 기대되고, 신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떠한 경험이든지 더욱 성숙하게 마주하게 되고 대처하게 될 거라 생각해요. 그럴 때마다 지금의 제가 볼 수 없고, 그렇기에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들을 하며 끝없이 성숙해질 순간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위에서 말한 것들 때문에 저는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이별의 경험들이 저에게 잔상으로 남아서 계속해서 저를 흔들어 내려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흔들리지 않는 제 자신을 보며 잘 이겨내고, 쌓아가고 있음을 느끼겠죠. 이번에는, 그때에는 그저 제가 잘 이겨내고 있다는 허울 좋은 핑계가 되지 않을 거예요. 그렇기에 제가 쌓아가는 모든 것들 하나, 하나를 절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쌓아가지 않아요. 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더라도 최대한 무겁게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가려고 합니다. 그분을 만나 오면서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제가 쌓아가는 것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쌓아 간다면 그분과의 이별을 마주하며 질서 없이 흔들렸던 저처럼 다시 반복되겠죠. 그러면 파도처럼 끝없이 저에게 감정이 몰려오면서 제 자신을 깎아 내려고 하고, 또다시 질서 없는 저의 감정들이 폭발한다 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파도처럼 몰려오는 수많은 감정들을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은 채로 두 팔 벌려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항상 새로운 글을 써 내릴 때에는 지금까지 제가 써 내렸던 글을 한 번씩 읽어봅니다. 글이 하나씩 쌓여 갈 때마다 제가 지금 겪고 있는 경험들로 성장해 감을 느껴가며, 스스로의 경험을 마주하고 감정들을 마주하며 끝없는 감정의 파도에 온몸을 맡기는 일은 너무나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온몸이 잠겨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거나, 우직하게 감정의 파도를 마주했던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내어서 더욱 단단하게, 매끄럽게 성장하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자기 자신의 몫임을 알기에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과정이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그저 스스로 안도하기 위한 허울 좋은 핑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기에 오늘도 저는 제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감정의 파도를 끌어안으며 글을 써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