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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커 Feb 02. 2023

커피숍에 관하여

https://youtu.be/BcbmFxbdsJ0



   대학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에게 커피는 레쓰비와 맥심이 전부였다. 가끔 졸리면 맥심을, 밤을 새야하는 날이면 레쓰비를 마셨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커피 자체를 즐기지 않았었기 때문에 소량의 커피는 나에게 카페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물론 너무 많이 마셔서 배가 아픈 적도 있었지만...)


  그 후 스타벅스라는 곳을 알게되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즐겨 이용하지만, 처음 스타벅스가 생겼을 때의 느낌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스타벅스는 아주 전략적으로 서울 한 여대 앞에 1호점을 내며, 입소문을 타고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 곳에서 처음 믹스커피가 아닌 '아메리카노'를 영접했다. 처음에 이걸 왜 마시는지 이해를 못했다. 스타벅스는 아직 미국을 가본적 없는 나에게 약간의 미국 느낌을 간접 경험하는 장소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만나는 장소로 그렇게 변해갔다.


  학교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난 뒤 난 내 인생 첫 번째 휴식을 주기로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외국에서는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갭 이어(gap year)를 가진다고 들었다. 당시에는 그걸 몰랐지만 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다. 어딘가에 속하지 않고, 정말 온전히 백수 상태인 시간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에 이룬 것이 참 많다. 나에게는 아직도 이력서 한 부분을 채우는 여러개의 자격증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그 시간에 딴 것들이다. 그 중 하나가 바리스타 자격증이다.


  당시 커피창업붐이 막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였는데, 쉬면서 뭐라도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집 근처 바리스타 강의를 해주는 카페를 찾아갔다. 지금은 당연히도 바리스타학원들이 즐비하지만, 처음에는 개인카페에서 강의를 하는 곳이 여러 곳 있었다. 그 곳에서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커피에 대해 배우며 자격증 준비를 했다. 그리고 당당히 첫 시험에서 합격!!! 커피라고는 믹스 밖에 몰랐는데, 원두를 논하고 있으니 사람 일 참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물론 그 때 이후로 커피머신을 다루어 본 적이 있으니 그 기술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무언가를 흥미롭게 했던 첫 기억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이후로 나에게 커피숍은 그저 약속 장소가 아닌 흥미로운 장소가 되었다. 커피를 내리는 모습, 우유 스티밍의 컨디션, 다양한 음료 제조 등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어딜가든 습관적으로 커피숍에 들린다. 어딘가로 이동할 땐 습관적으로 테이크아웃을 하고 간다. 작은 믹스커피 한 봉지로 밤을 새웠던 나는 이제 커피를 연거퍼 마셔도 잠만 잘 자는 강인한 사람이 되었다. 바리스타자격증을 땄을 때 집에 영업용 머신을 설치 하려 했던 나는 지금 캡슐커피를 즐긴다. 유튜브에서 재즈를 틀어놓고 글을 쓰며 커피를 마시니, 내 방이 스타벅스가 되었다. 물론 아주 지저분한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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